[TV 리뷰-‘내게 남은 48시간’] 삶이 이틀밖에 안 남았다면…

입력 2016-12-14 18:29

tvN 예능 프로그램 ‘내게 남은 48시간’이 첫 선을 보인 날짜는 지난달 30일이었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등장한 음악은 영국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 이 노래의 주인공은 가상의 우주 비행사 톰 소령이다. 그는 광막한 우주공간에서 어느 순간 지구와 교신이 끊기면서 미아(迷兒)가 돼버린다. 톰 소령은 노래 말미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내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 (중략) 지구는 푸르고 나는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군요.’

‘내게 남은 48시간’은 ‘웰다잉 리얼리티’라는 독특한 슬로건을 내건 작품이다. 출연자는 배우 이미숙과 박소담, 방송인 탁재훈 등 3명. 이들은 죽음을 마주한 톰 소령처럼 인생이 48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가상의 상황 속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이틀을 보낸다.

출연자들 손목에는 48시간에서 ‘카운트다운’되는 시계가 채워져 있다. 이미숙은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면서 추억담을 나눈다. 박소담은 친구와 사진을 찍고 팬들과도 시간을 보낸다. 탁재훈은 훗날 아들에게 남길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작이 될 노래를 녹음한다.

예능 프로그램이 ‘죽음’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뤘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출연자들은 방송 초반에는 쉽사리 동화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내게 남은 48시간’이라는 설정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숙은 지난 7일 방송분에서 “가상의 상황이지만 묘하다. 진짜로 (죽음이) 오면 어떡하지 자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의 이런 모습은 묘한 울림을 선사한다.

연출을 맡은 인물은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MBC)를 만든 전성호 PD다. 그는 “죽음이라는 게 너무 무거운 주제여서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총 12부작으로 기획된 ‘내게 남은 48시간’은 매주 수요일 밤 11시에 방영된다.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