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진곤 윤리위원장이 13일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가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징계를 위해 친박 의원들을 대거 윤리위원으로 충원한 결정에 반발해 전격 사퇴했다. 비주류와 친박의 내전으로 새누리당이 급속도로 와해되는 양상이다.
이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긴급 간담회를 주재한 뒤 “윤리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을 포함한 기존 윤리위원 7명이 전원 물러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위원장은 “윤리위원회가 들러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친박 지도부는 당 윤리위에 친박 인사 8명을 충원하는 초강수를 두며 논란을 자초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김 전 대표와 유 의원 출당 징계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윤리위에는 친박의 이우현 박대출 곽상도 이양수 의원이 충원됐고, 당헌·당규에 따라 외부 인사 4명이 보강됐다.
친박 지도부는 윤리위원장과 윤리위원들을 새로 선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리위를 새로 꾸린 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에 대한 제명이나 탈당 권유 등 중징계 시나리오를 강행하겠다는 의도다. ‘1호 당원’ 박 대통령 징계는 뒤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 움직임에 맞서 김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박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적 노예”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그들(친박)은 권력이 박 대통령이 하사한 것이고 은혜를 베푼 사유물로 착각하고 있다”며 “국민에 대한 도리보다 권력을 나눠준 사람에 대한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조폭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또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보수정당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으로는 좌파 집권을 막을 수 없다”면서 “이제 가짜 보수를 걷어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비주류가 신당으로 헤쳐모일 경우 정계 개편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권 내 비문(비문재인) 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6일 치러질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분당 국면의 주요 변수다. 친박에서는 정우택 의원이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비주류에서는 나경원 주호영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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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친박 8명 與윤리위 충원에 기존 위원 전원 반발 사퇴
입력 2016-12-13 18:08 수정 2016-12-14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