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 김정주(48) NXC 회장에게 넥슨 주식 구입자금 4억2500만원을 공짜로 받고 120억원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로 현직 검사장 최초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뇌물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김 회장이 진 전 검사장에게 제공한 9억원 상당의 금품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 친밀한 사이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에 가깝다고 봤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당시 불거진 뇌물죄 법리(法理)의 한계가 다시 한번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뇌물 혐의 무죄로 진 전 검사장은 검찰이 구형한 130억원대 추징금도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청탁금지법 소급 적용도 받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3일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의 넥슨 공짜 주식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주식을 사실상 공짜로 준 김 회장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진 전 검사장이 한진그룹 내사 사건을 종결하는 대가로 자신의 처남 회사가 대한항공의 청소 용역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대가성 여부가 뇌물 혐의 유무죄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의 뇌물죄를 묻기 위해서는 김 회장으로부터 각종 금품을 받은 시기와 진 전 검사장의 직무 사이에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넥슨이 비상장주식(4억2500만원), 제네시스 차량(4950만원), 각종 해외여행 경비(약 5000만원) 등을 제공한 각 시점에 진 전 검사장이 넥슨의 형사사건 등을 유리하게 처리해 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고 서두에서 “뇌물죄를 의심할 만한 사정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이 김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10여년 동안 직무와 관련된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직무 관련성·대가성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넥슨 주식 취득(2006년)과 여행 경비 지원(2010년 등) 당시 진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등에 재직했다. 재판부는 “당시 넥슨 관련 사건은 진 전 검사장과 관계없는 검찰청에서 처리됐다”며 “진 전 검사장의 직무 범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미래의 상황’을 대비해 미리 뇌물을 줬다는 공소사실도 인정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나중에 형사사건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돈을 줬다”고 진술했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불법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운영하는 건 아니다”며 “과거 10여년간 직무 관련 현안이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앞으로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안이 생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 전 검사장을 기소한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선고 직후 “수사팀과 법원에 견해차가 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내연 관계인 변호사에게 벤츠 승용차 등 뇌물을 받은 이른바 벤츠 여검사는 지난해 3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반면 피라미드 사기범 조희팔 측근 등에게 수억원대 뒷돈을 받은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는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진경준 ‘120억대 공짜 주식’이 뇌물 아닌 선물?
입력 2016-12-13 18:22 수정 2016-12-13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