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반대?… 난감한 법무부

입력 2016-12-14 00:01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서 날아온 ‘숙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헌재는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헌법 및 법률적 의견을 19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법무부에 보냈다.

법무부는 13일 “현 상황에서 공식 입장은 ‘사안 검토 중’이 전부”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당연히 난처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의견서 작성 실무는 법무실 소속 국가송무과가 맡는다.

법무부의 고민은 정부 직제상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권한 행사가 정지됐지만, 여전히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신분은 유지되고 있다. 행정부처인 법무부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파면에 찬성하는 건 일종의 하극상일 수 있는 것이다.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은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된 데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면서 “지금 상황에서 사직하는 게 (대통령에 대한) 도리”라고 밝힌 바 있다. 이창재 차관의 장관 직무대행 체제에서 법무부가 ‘탄핵이 옳다’는 입장을 내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법무부가 93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통해 탄핵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법무부는 당시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못해 적법절차적 정당성을 지니지 못했고 국회가 적시한 탄핵소추 사유도 적절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깜짝 발탁한 강금실 변호사였다.

현재의 법무부 처지에서 탄핵에 명확히 반대하기도 큰 부담이다. 대다수의 민심이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검찰이 이미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한 터라 지휘·감독 부처가 탄핵 불가 입장을 내기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순실씨 등에 대한 검찰 공사장은 탄핵소추안의 중요한 법적 근거로도 쓰였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법리 설명만 담은 원론적 답변을 헌재에 보내거나, 아예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는 식으로 입장 표명을 회피할 거란 관측이 많다. 관계기관 의견서는 헌재 심리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되며, 심판 절차 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