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 왜 늦어지나 (상)] 자꾸 늦춰지는 ‘연합 완료 시한’ 큰 틀 합의 후 세부사항 풀어야

입력 2016-12-13 21:09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왼쪽)과 조일래 한교연 대표회장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선언문’ 발표에 앞서 논의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기존 연합기구와 주요 교단이 대부분 참여하는 새로운 연합기구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출범 일정이 차일피일 늦춰지면서 연내 합의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연합논의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 8월 7개 주요 교단장과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조일래 당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11월말까지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연합추진위)를 통해 연합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언은 지켜지지 않았고 다시 “성탄절 전까지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교회 연합 지지부진한 진짜 이유는=한국교회 연합논의가 잘 안 되는 이유는 표면적으론 한교연 때문이다. 한교연은 그동안 “한국교회 연합에 찬성한다”면서 선결조건으로 한기총의 이단문제를 내세웠다. 그러다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교육부 인가를 받은 신학교를 운영하는 23개의 건전한 교단이 주축이 돼 통합을 추진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자 또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한교연은 ‘중소형 교단의 입장을 대변할 인사가 빠졌다’ ‘한교연이 파송한 김요셉 한영훈 전 대표회장, 이성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을 배제한 채 회의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합추진위에 불참했다.

이처럼 한교연이 ‘이단 문제→ 중소형교단 입장 배제→ 파송인사 배제’ 등을 문제 삼아 통합논의에 뛰어들지 않는 것은 현재의 논의 구조가 한교연을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에서다. 정서영 한교연 신임 대표회장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정 대표회장은 최근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은 두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의논해 해결할 문제다. 다른 기관(한국교회교단장회의)이 협력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만약 이를 주도하려 한다면 오히려 통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교연이 통합 논의에 비협조적인 배경=한교연은 형식적으론 임원회→실행위원회→총회라는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운영되는 조직이다. 그러나 주요 의사 결정은 김요셉 한영훈 박위근 전 대표회장이 참여하는 임원회에서 내린다.

이들 전 대표회장은 홍재철 한기총 전 대표회장의 전횡을 비판하며 한교연을 설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교회 연합이 성사됐을 때 이들의 ‘목소리’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한교연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교계인사는 “한국교회 연합 방안을 논의하려면 전직 대표회장들이 기여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면서 “한교연이 한국교회 연합논의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논의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추진위는 한교연 내부에 이런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가 있지만 이를 존중하지 못했다. 실제로 연합추진위는 한교연 파송인사 대신 이종승 예장대신 총회장, 채영남 전 예장통합 총회장을 논의에 포함시키는 어정쩡한 상황을 만들었다.

한교연 파송 위원으로 연합추진위 모임에 계속 참석하고 있는 여성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은 “한국교회 연합 방안을 논의하는데 한교연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 총회장은 “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김요셉 한영훈 이성희 목사가 한교연 전체를 끌고 올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한국교회 연합은 큰 틀에서 먼저 합의하고 세부 사항은 추후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