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권 주자들이 본격적인 ‘포스트 탄핵 정국’ 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3일 일제히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역설하며 기선잡기에 돌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시정·도정 책임자로서 ‘민생’을 앞세우며 안정감을 부각시켰고, 만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 김부겸 의원은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이 국회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오래된 적폐 대청소와 새로운 한국 건설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재벌·행정·언론·입시 개혁 등 ‘5대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또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의 공직 원천배제 등을 천명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도 재차 요구했다.
안 전 대표도 당 싱크탱크 국민정책연구원 토론회에서 “시민의 요구는 대한민국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강력한 반부패운동을 포함한 기득권 개혁이 실행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위기 상태에서 ‘큰 그림’을 내보이며 수권 능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또 ‘232만 촛불민심’의 역동성을 최대한 자신의 대선 어젠다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잠룡들은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중앙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지자체장 경험을 토대로 안정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국정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지자체 예산과 사업 계획을 조기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서울 광화문광장 행사에서 “(박근혜정부는) 태어나선 안 될 정부였다”고도 했다.
탄핵 정국에서도 도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현장을 찾는 등 민생 챙기기에 나섰던 안희정 지사는 국회 ‘전기요금 개편 방향 토론회’와 시·도지사협의회 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그는 “시·도지사가 힘을 모아 국정 안정을 잡아나가자”고 말했다. 안 지사는 앞서 충남경제포럼 특강에서 새누리당 개혁을 요구하며 “이정현씨는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해놓고 지금은 한 적 없다고 잡아뗀다”고 했다. 또 “노무현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는데, 이명박정부가 하니까 나쁘다고 같이 데모하면 안 된다”며 진보 진영의 자성도 촉구했다. 이재명 시장은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식육견 협약식’ 기자회견에서 “성남시는 오늘을 문제 해결의 출발로 삼겠다”며 민생을 강조했다.
개헌파인 손학규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세 규합에 적극 나섰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1987년 체제 속에 대선을 치르자는 말은 ‘제2의 박근혜가 나와도 좋다,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개헌론에 불붙으면 대권이 멀어지니 하는 말 아니냐”며 즉시 개헌에 부정적인 문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호헌세력’으로 규정한 뒤 “저는 ‘국민주권개혁회의’(가칭)를 만들어 개헌세력을 한데 묶겠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개헌 적용 시점을 2020년 총선으로 제안하며, 차기 대통령은 총선과 함께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김종인 전 대표도 “4·19혁명에 이은 개헌은 두 달 만에, 6·10항쟁 후 개헌도 두 달 반 걸렸으므로 시간이 없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손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지자 1000여명이 모인 기념식에는 민주당 이종걸 이인영 조정식 의원 등이, 국민의당에서는 안 전 대표와 김동철 비대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안 전 대표는 축사에서 “국민은 구체제와 기득권체제를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열라고 요구한다”며 “(부패와의 전면전 선언에 호응한) 손 전 대표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개헌은 여러 개혁과제 중 하나”라며 개헌파에 한걸음 다가섰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해체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 시민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돼야 한다”며 개헌 대열에 합류했다.최승욱 정건희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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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대청소” “민생 급선무” “개헌의 적기”
입력 2016-12-14 00:01 수정 2016-12-14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