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지도부가 당 윤리위원회 장악을 진행하며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출당 등 비주류 걸러내기 작업에 본격 나섰다. 세 결집을 위한 구당(救黨) 모임을 출범시키고, 비주류 고소·고발에 나서는 등 결별을 각오한 전면전을 시작한 것이다.
새누리당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13일 저녁 8시쯤 여의도당사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친박계가) 윤리성 제고 등 당면과제에는 관심 없고 대통령을 보호하는 일에만 급급하다”며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리위는 친박계가 20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징계 결정을 막고, 비주류 쫓아내기 작업을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윤리위에 친박 인사 8명을 충원하는 안건을 의결했지만 정작 이런 사실을 윤리위에 알리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전날 밤 박맹우 사무총장이 찾아와 ‘윤리위를 충원하면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알려와 ‘파장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반대했다”고 했다. 그는 또 “박 사무총장이 시치미를 떼고 앞으로의 계획인 것처럼 말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결정을 해놓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이정현 대표를 만나 “지도부가 윤리위 충원을 강행하겠다면 나에게도 추천권을 주고, 최소한 (박 대통령 징계 수위 결정이 있는) 20일 이후로 결정을 미뤄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밀리에 윤리위 장악을 시도한 셈이다.
부위원장인 정운천 의원도 “위원으로 새로 뽑힌 사람들은 벌금 80만원, 비리행위, 직무정지 해임, 여기자 성추행 등으로 언론에 나온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새로 선출된 윤리위원은 친박계 이우현 박대출 곽상도 이양수 의원과 외부 인사 4명(최홍규 우종철 이재모 강성호) 등이다. 친박계가 윤리위 의결 정족수를 차지해 당무감사나 징계 결정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친박계는 고소전도 시작했다. ‘최순실의 남자’로 지목된 이 대표와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 8명은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황영철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황 의원은 “논평에 재갈을 물리려는 치졸한 압박”이라며 즉각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친박계는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공동대표로 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창립총회도 열고 비주류와의 본격 일전을 준비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 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향해 한 ‘배신의 정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며 비주류를 비판했다. 서청원 의원은 박 대통령을 옹호했던 김무성 전 대표와 유 의원 발언을 언급하며 “이런 사람들이 별안간 앞장서서 (탄핵)하는 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구당모임 측은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참여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이 62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는 이 중 37명만 참석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막나가는 친박… 비주류 쫓아내려 당 윤리위 장악 시도
입력 2016-12-13 18:20 수정 2016-12-14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