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착수한 헌법재판소는 지난 12일에 이어 13일에도 재판관회의를 열고 증거조사 절차와 방법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탄핵소추의결서의 내용과 관련해 법원과 검찰에 있는 각종 기록을 받아보는 방법 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관계자는 “당사자와 증인심문 절차, 서증조사, 기록과 증거물의 제출과 조사방법 등을 전반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등 탄핵소추 사유 대부분에 대해 사실관계 미확정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헌재의 증거조사는 그 범위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측근비리를 판단하기 위해 당사자 ‘인증송부 촉탁신청’ 방식으로 법원에서 기록을 협조받았던 전례를 검토 중이다. 이 방식은 헌재에 강제수사 권한을 주지 않고, 수사·재판 중인 사건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의 제약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재판관회의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구체적 보안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박한철(63·사법연수원 13기) 헌재소장실, 주심 강일원(57·14기) 재판관실에 최신식 도·감청 방지 시설을 꾸리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헌재는 약 1000만원을 들여 우선 청사 내 두 재판관의 공간에 도·감청 방지 시설을 꾸리고,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해 나머지 재판관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헌재 관계자는 “공정한 절차 자체가 재판의 생명”이라며 “한 치 오염 없이 만전을 기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공개변론 전 준비절차를 담당할 수명(受命)재판관 2∼3인은 14일 지정된다. 애초 16일 박 대통령 답변서를 받은 뒤 수명재판관을 정할 계획이었으나 앞당겼다. 헌재가 12일 국회와 법무부에 요청한 의견조회는 19일까지 전자문서 형태로 회신될 예정이다. 헌재는 내년 1월 16∼19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연구사무국 국제심포지엄을 탄핵심판 선고 이후로 미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헌재소장·주심실, 도·감청 방지 장비 설치
입력 2016-12-13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