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으로 5개월간 6000명이 사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권유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12일 필리핀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마약사범 퇴치 과정에서 592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2086명은 경찰 공무집행 과정에서 숨졌고 3841명은 재판도 없이 자경단(주민 자체 치안조직)에 의해 살해됐다. 4만명은 체포됐다. 경찰은 앞으로 2만∼3만명의 용의자가 더 처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관련 용의자를 즉시 사살하라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결과다. 그는 이날 한 행사에서 “나는 살인자가 아니며 피범벅이 된 국민이 쓰러져 있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면서도 “전쟁은 모두가 마약을 끊을 때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자비한 학살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유엔인권이사회는 이르면 내년 초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7일 뉴욕타임스는 35일간 마닐라 시내, 학교 앞, 자택 등에서 사법 절차 없이 살해당한 57명의 이야기와 시신 사진을 ‘그들이 우리를 짐승처럼 도살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로 고발하기도 했다. 내부 반발도 심상치 않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전쟁을 치러도 이런 식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이 많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比 ‘마약과의 전쟁’ 5개월간 6000명 사살
입력 2016-12-13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