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연말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휘청했던 유통업계는 올해 김영란법과 ‘최순실 게이트’ 탓에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통상 겨울 시즌은 백화점 ‘대목’으로 꼽히지만 초라한 겨울 세일 성적표를 받아든 백화점들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2009년 4월(94.2)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표뿐 아니라 실제 소비자들의 지갑도 얼어붙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겨울 정기 세일 매출이 전년 대비 -0.7%로 역신장을 기록했다. 겨울 시즌은 단가가 높은 외투와 연말 선물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백화점에는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세일 2주차 주말 실적은 전년 대비 -4.5%까지 떨어졌다. 롯데백화점은 세일 종료 3일을 앞두고 파격 할인 행사를 벌였지만 결국 마이너스 벽을 넘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말부터 마케팅부문, 영업본부, 상품본부 임원들이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1.2% 감소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평소보다 세일 물량을 30%가량 늘렸지만 꽁꽁 언 지갑을 녹이는 데 역부족이었다. 백화점들이 겨울 대목에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 것은 2011년 백화점 겨울 정기시즌이 생겨난 이후 6년 만이다.
신규 출점 영향으로 신세계백화점은 유일하게 8.9%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이뤄지는 광화문 인근 신세계 본점의 경우 이달 1∼10일 매출이 2.7%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메르스 여파 때문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혼란한 시국 탓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화점들은 연말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겨울 시즌 품목들을 앞세워 큰 폭 할인행사에 나선다. 12일부터는 ‘2016 윈터 스키·보드 박람회’를 진행해 스키·보드 의류를 역대 최대 규모로 선보인다. 예년보다 5일 일찍 크리스마스 시즌용 장식과 이벤트를 시작해 연말 쇼핑 분위기 조성에도 나선다.
또 백화점 최초로 전점에서 15∼18일 에스티로더, SK-Ⅱ, 맥, 엘리자베스아덴 등 총 30여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1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백화점 뷰티 브랜드들이 일제히 세일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연말을 맞아 ‘스탬프 프로모션’ ‘대형 우편함’ 등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늘리고 관련 행사 규모도 20∼30%가량 확대키로 했다. 무역센터점은 16∼18일 지하 1층 대행사장에서 남성 캐주얼 이월 상품을 최초 판매가보다 50% 싸게 내놓는다. 신촌점은 5층 대행사장에서 베네통·지컷·톰보이 등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30∼60%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윈터 아우터페어’를 14일까지 이어간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메르스 때보다 꽁꽁 언 지갑… 유통업계 ‘혹한의 겨울’
입력 2016-12-14 00:09 수정 2016-12-14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