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지 않고 1년을 달려올 수 있었음에 새삼 감사하다. 올 한 해 내게 주어진 시간 위에 나는 어떤 그림을 그려 놓았을까. 마음을 다독이며 이것저것 그렸다 지우고 채워가며, 이 색 저 색 칠해 보고 덧칠도 해가면서 완성한 나의 그림 한 점, ‘2016’.
열심히 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라, 온전히 마주하고 들여다보니 공들여 가꾼 것은 열매가 없는데, 내팽개치듯 무심히 던져둔 것은 오히려 기름진 옥토가 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도 했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허무가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별스러운 사람이 되지 못해 속 끓이던 지난 시간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미래의 시간이 반짝거리며 빛을 발하지 못할지라도 주어진 것에 순응하며 감사할 수 있을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소중한 것은 사람들. 한 번 관계가 틀어지고 마음을 잃고 나면 다시 얻기 힘든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사랑 수용체인지라 함께하며 사랑을 주지 않으면 다 곧 떠나고 만다. 수피즘 철학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앉아만 있어도 그 자체로 더없는 행복이고 기쁨이며 큰 의미라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반려견 두 마리의 투병을 돕느라 올해는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되다시피 한 상태로 지내며 마음의 어려움도 있었고, 연초 계획했던 일들을 거의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하루도, 일년도, 백세 인생도 그리 길지 못하니 겉과 속을 같게 하여 정말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상갓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드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던 때가 있었는데 나이 들어보니 짧고 허망한 인생 서로 그렇게 달래보는 것이 아닌가 싶어 오히려 웃는 얼굴에 연민마저 느껴진다. 짧은 한 해의 마지막 12월. 회상과 정리의 시간이며 사람에 대한 감사와 축복의 계절이다. 생각 쌓기만 하지 말고 주변 사람과 작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지금 표현해야 연말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김세원(에세이스트), 삽화= 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감사와 축복의 12월
입력 2016-12-13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