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혀 왔지만 역대 정권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가계부채 고차방정식’ 해답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부동산 경기 급랭 가능성, 대출 조이기에 따른 제2금융권 풍선효과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부동산 규제 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지표를 도입해 여신 심사를 강화하는 등 ‘미세조정’에 나서고 있다. 다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04년 119%를 기록한 뒤 상승세다. 지난해 말 170%에서 올해 2분기 174%까지 뛰었다. 소득보다 부채 증가폭이 더 커서다. 소득이 적은 가계가 돈을 빌리고, 이 때문에 상환 능력이 더 떨어진다. 원론적 답이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깰 수 있는 것은 ‘가계소득 증대’뿐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서민 가계의 소득을 늘릴 방법으로 ‘경제 민주화’를 제시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3일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있다. 이들의 소득이 늘어나려면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불공정 거래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중소기업이 대부분 하청 구조라 성장이 더딘 게 문제”라며 “5년 단임제로 당선된 대통령이 단기적인 부양 정책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강소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대기업 하청 구조를 개선하고, 노년 서민층이 빚을 지지 않도록 고령화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대출심사 강화 등은 비교적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하 교수는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금리 환경이 고금리로 변할 수 있다”며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DTI 강화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하 교수는 “DTI 등 건전성 감독 규제부터 강화해 투기적 수요를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지금은 가계부채가 너무 커져버린 상황”이라며 “한 발 늦었기 때문에 조심하면서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DTI 강화가 부동산 경기를 급랭시켜 되레 가계부채 뇌관을 터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건설업 종사자가 190만명 정도다. 건설경기가 죽으면 임시직·일용직을 포함한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실직자들이 또 생계형 자금·사업자금을 빌리느라 가계부채가 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대한민국 ‘빚 보고서’] 가계부채, ‘소득 증대’가 답이다
입력 2016-12-1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