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정겨운 시골장터 구경오세요

입력 2016-12-13 20:52
평균 연령 65세의 경북 안동지역 어르신들로 구성된 극단 ‘왔니껴’의 네 번째 정기 공연이 14일 오후 7시 안동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왔니껴’ 단원들. 극단 ‘왔니껴’ 제공

고달파 보이는 행색을 한 그들이지만 이야기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저마다의 가슴에 애환을 안고 예안장터에 모인 그들은 바로 자식들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세우기 위해 조연을 자처하며 살아왔던 우리네 어머니·아버지다.

부모 앞에서는 제 자식 귀히 대하는 것조차 도리가 아니었던 시절을 사느라 금쪽같은 자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늙어버린 우리네 어매·아배들. 그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예안장터에서 다시 웃음꽃으로 피어난다.

경북 안동지역 실버극단 ‘왔니껴’의 네 번째 정기 공연 ‘그리운 예안장터’가 14일 오후 7시 안동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주민들의 회고를 바탕으로 만든 ‘그리운 예안장터’는 70년대 댐 건설 전 어느 해 가을, 장날을 맞은 예안장터의 하루를 노래와 춤으로 흥겹게 엮어 보여주는 악극이다.

예안장터에서 우리네 삶은 노래가 되고 춤이 된다. 각설이타령 엿장수, 그 구성진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어울리는 순박한 주민들, 능청스러운 소몰이꾼을 쥐락펴락하는 예안댁, 꼬지떡 행상 연실네가 그리운 예안장터로 돌아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이야기 한마당을 펼친다.

평균 연령 65세의 실버극단 ‘왔니껴’는 2015년 봄, 임하댐 수몰민들의 애환을 담은 ‘월곡빵집’을 처음 무대에 올려 주목받았다. 이후 이웃의 소소한 일상을 왁자지껄 수다로 풀어내는 ‘잠 좀 자시더’, 마을 지명에 얽힌 설화를 마당극로 공연하는 ‘마뜰연가’ 등의 작품을 10여 차례 이상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마뜰연가’를 공연한 세 번째 정기 공연에서는 전석에 관객이 들고도 좌석이 모자라 공연 직전 100여석의 추가 좌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왔니껴’ 권영숙 단장은 “그리운 예안장터는 세대를 아울러 함께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악극”이라며 “젊은 부부들이 자녀들과 함께 부모님 모시고 보러 오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악극 ‘그리운 예안장터’는 선착순 입장해 관람할 수 있는 무료 공연이다. 극단은 공연 당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함을 공연장 입구에 비치할 예정이다. 놀몸 협동조합 강준용 이사장은 “모금액 전부는 형편이 어려운 지역 노인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