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지성주의’ 흠결에도 보수신앙이어야 하는 이유

입력 2016-12-14 20:30

탈근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기독교 보수신앙이 가끔 ‘꼰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꼰대는 젊은이들이 ‘선생’ 혹은 ‘어르신’을 지칭할 때 쓰는 은어다.

보수신앙은 십자가 복음과 성경의 권위 등을 무엇보다 소중한 것으로 믿는다. 신앙의 전통을 고수하기 때문에 지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요소들이 많다. 서구에서는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근대에 들어서 세속화 되며 위기를 겪었다.

미국 풀러신학대 총장을 역임한 저자는 보수신앙이 현대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전근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복음주의적 모임들을 톱밥길로 묘사한 저자는 이 책에서 보수신앙인들이 보여준 결점과 이점을 짚어주며 톱밥길이 남긴 유산의 영향력과 나야갈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복음주의가 ‘반지성주의’ ‘내세지향성’ ‘분리주의 정신’이라는 세 가지 결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독교에 대한 헌신이 우리로 하여금 지성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고, 내세를 지향하다 보니 사회, 정치, 경제 등 현재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율법적으로 심판하는 태도를 보였다고도 한다.

저자는 젊은 시절 시민운동을 간과하거나 적대시한 복음주의자들을 봤다.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관한 의문점을 갖던 중 복음주의에 대한 환멸감이 점점 커졌다. 정치적 시위들에 참여하는 동안 사회 사상과 윤리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했다. 그러나 현재 사회, 정치, 경제적 상황 앞에서 근본적 의문에 빠졌을 때는 언제든 복음주의의 경건함에서 근원적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문제의 유일한 해답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복음주의에 자기반성과 올바른 방향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행동주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영혼이 평안하다는 것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모두가 하나님의 더 큰 창조 가운데 다시금 평안하게 될 그날을 지향하여 적극적으로 일해야 한다(199쪽).”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