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여행가방 하나만 들고 인도 땅을 밟았다. 혈혈단신 인도에 도착해 사역을 전개해 나갈 때 나를 지탱해 준 단어가 ‘인도하심’ 이었다. 하나님은 모든 면에서 나를 인도해 주셨다. 그 인도하심은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교사는 지도자로서 자신의 달란트와는 상관없이 재정 운용을 잘해야 한다. 내겐 재정원칙이 있었다. 모든 재정의 필요를 오직 하나님께만 고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의지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님께서 필요한 재정을 공급해 주신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나가기로 했다. 마태복음 6장 33절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모든 것을 더하신다”는 말씀은 23년간의 인도 사역에서 그대로 적용됐다.
인도에는 전 세계 빈곤층의 30%가 몰려 있다. 인구의 60% 이상이 절대 빈곤층이다. 카스트제도에 따라 가난도 세습이 된다. 이들은 하나님이 공급해 주신다는 재정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도에서의 주요한 사역 가운데 하나가 사람들에게 올바른 성경적 재정원리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특히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실 때, 카스트제도상의 계급을 뛰어넘어 재정적으로도 새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난 인도 사람들에게 마태복음 6장 33절의 원리가 인도에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의 능력에 대해 울타리를 치는 경향이 있다.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고 그 경계를 넘지 않음으로 풍성한 하늘의 공급하심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러나 믿음의 영역에선 나의 생각을 뛰어넘는 그분의 역사가 분명히 있다.
인도에 온지 3년쯤 지났을 때였다. 언어과정을 마쳤기에 본격적인 사역을 위해서 자동차가 필요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다. 대학선교회에서 함께 사역했던 김기식 목사님이 무더운 여름에 운전을 하다 갑자기 내 생각을 했다. ‘인도는 한국보다 훨씬 더 더울 텐데, 우리 배 선교사님이 차도 없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자신의 차도 고장이 나서 수리해야 하지만 우선은 나에게 자동차를 후원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김 목사님은 그 해 목사 안수식에서 받은 축하비와 아이들 저금통까지 다 털어서 내게 보내줬다. 김 목사님의 사랑과 섬김이 나를 눈물짓게 했다.
처음으로 인도의 땅을 구입할 때 도움을 준 강남순복음교회 조은수 권사님도 잊을 수 없다. “배 선교사님, 귀한 사역하시네요. 선교 사역에 쓰세요.” 조 권사님은 500만원을 헌금하셨다. 100만원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을 사는 데 써도 좋다는 말씀도 하셨다. 감사로 그 돈을 받았다. 500만원은 인도에서 큰돈이었다. 돈은 필요하지만 돈에 초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나님은 돈과 관련해선 모든 면에서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지혜를 주셨다. 서아세아선교회 회장님께 조 권사님으로부터 사랑의 헌금을 받았다고 이야기 했다.
그 뒤로도 누군가가 내게 헌금을 하면 반드시 공식적으로 보고했다. 그것은 정직과 투명의 훈련이었다. 난 선교 현장에서 뜻으로 시작한 사역이 돈으로 끝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작은 일에서부터 정직과 투명의 훈련이 필요했다. 조 권사님이 헌금한 돈 전액은 구 선교센터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됐다. 한 권사님의 믿음의 씨앗이 인도 땅에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역경의 열매] 배정희 <14> 필요한 대로, 구하는 대로 채워주신 하나님
입력 2016-12-13 20:39 수정 2016-12-13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