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피아노학원 원장인 전주은(49)씨에겐 의미 있는 직함이 또 하나 있다. '굿네이버스 사회개발교육 전문강사.' 봉사활동의 연장선이지만 그는 이 활동을 소명으로 여긴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피아노학원에서 전씨를 만났다. 그는 강의자료들을 보여주며 아동권리교육과 나눔인성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들려줬다. 엄마라서 더 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은 ‘내 아이 내가 혼내는데 당신이 뭔 참견이야’란 식이죠. ‘어린데 네가 뭘 알아. 엄마 아빠 말을 들어야지’라며 자녀의 소질에 관심을 갖기보다 부모의 권리만 강조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말입니다.”
2010년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보던 중 평소 관심 있었던 아동권리와 인성을 교육할 수 있는 굿네이버스 사회개발교육 강사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처음엔 ‘나이가 많아 될까’를 고민했는데 오히려 삼남매의 엄마인 게 교육현장에서 강점을 작용했다. 눈빛만 봐도 아이들의 기분이 어떤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교사나 부모들의 상담 요청에도 잘 응대할 수 있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울 때, 예수님처럼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교육하려 애썼습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내 생각이나 내 말만 전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모두 어른들의 일방적 주문과 전달사항 중심의 대화 때문입니다. 이런 대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을 표현하는 참여권을 배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참여권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자신의 권리만 알고 누리려고 하는 거죠. 그러나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내 말을 들어 주신다’라는 믿음이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저절로 해결됩니다. 교육하면서 어른들에게 꼭 당부해요. ‘단 한 번이라도 아이들 말을 끊지 말고 들어주세요’라고 말이죠.”
전씨는 굿네이버스의 다양한 사회개발교육 중 아동권리교육인 ‘놀면서 배우는 권리(CRA)’와 나눔인성교육인 ‘원 하트(One Heart)’ ‘학교폭력예방교육’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베테랑 강사로 인정받아 신규 굿네이버스 사회개발교육 강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CRA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고 아동이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나눔인성교육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원 하트(One Heart)는 빈곤과 재난, 억압으로 고통 받는 지구촌 이웃들을 위한 협력의 방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은 학생들이 직접 학교폭력의 실태를 살펴보고 학교폭력 근절 및 친구를 지키는 말 등을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참여형 캠페인이다. 때마침 전씨가 옆에 있던 하얀 가면을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학교폭력의 대표적 상황을 담은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뒤 상황극을 해봅니다. 가면을 착용한 채 학교폭력에 방관하고 있던 친구들의 입장이 돼보는 거죠. 방관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도 같은 생각으로 친구의 고통을 방관하지 않았나 돌아봅니다. 즉각적으로 아이들이 반응합니다. 자신들이 깨달은 바를 직접 표현하죠. ‘너 괜찮아?’라고 말해주겠다고 말입니다.”
전씨는 강사로 활동하는 것 외에 국내 아동권리 보호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2013년부터 굿네이버스 후원을 통해 학대피해아동 및 위기가정아동 등을 돕고 있다. 엄마의 이 같은 나눔 활동은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생 두 딸은 보건의료 및 해외교육 지원사업을 후원하고 있으며 번역자원봉사,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굿워터프로젝트’ 강사 등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막내아들 역시 엄마를 따라 국내아동권리보호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나눔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희망편지 쓴 것도 일종의 나눔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냈으니 분명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을 거예요. 저는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나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에겐 숨쉬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나눔인 셈입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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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3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