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최근 전화 통화를 해서 중국의 반발을 샀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다음 카드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가 당선된 뒤 중국과 갈등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대만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대만 중앙라디오방송(RTI)은 12일 차이 총통이 대만을 방문 중인 매튜 J 매튜스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를 만나 양자투자협정(BIT)과 FTA 체결을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차이 총통이 양국의 협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존폐 위기가 있다. 트럼프가 TPP를 반대하면서 그동안 추진하던 대외 경제정책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만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할 가능성도 내비쳤지만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사실상 불허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차이 총통은 매튜스 부차관보에게 “대만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뤄지는 어떤 역내 자유무역협정이나 다자간 경제통합체에서도 배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대만 간 투자 및 FTA 협정 체결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차이 총통은 “현재 협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머지않은 미래를 위해 경제 산업을 개혁하고 기초를 닦아 준비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가 추진하는 양자 및 다자 무역협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역경제 재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매튜스 부차관보는 지난달 말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대만 특사로 파견된 쑹추위 친민당 주석의 회담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앞으로도 계속 대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차이 총통은 “미 정부가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지해줘 고맙다”고 화답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美·中 ‘틈새’ 파고드는 대만, 이번엔 “美와 FTA 체결 희망”
입력 2016-12-13 00:41 수정 2016-12-14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