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현상’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공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16.2%의 지지율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23.1%),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8.8%) 등과 선두권을 형성했다. 3강 체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최근 두 달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다른 주자들의 지지율이 답보하는 동안 5%대(10월 31일)에서 수직상승을 일궜다.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은 단순히 수치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초기 지지층이 당 내 좌파와 정의당 지지층 기반이었다면 탄핵 국면에서 무당층과 제3세력 선호층에 대한 소구력을 분명히 보였다”고 설명했다. 기존 여야가 아닌 제3지대, 고건 전 국무총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에게 ‘새정치’에 대한 기대를 걸었던 계층이 이 시장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들의 직접적인 목소리에 시원시원하게 부합하는 타입”이라는 점을 포인트로 꼽았다. “안 전 대표도 탄핵 국면에서 내용상 일관된 솔루션을 견지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이 시장이 챙겼다”고도 덧붙였다. ‘가려운 곳을 직설적으로 긁어주는’ 스타일과 호소력에서 차이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 본인은 이재명 현상의 비결을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라는 말로 설명했다. “저는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국민들은 하나의 집단지성을 지닌 유기적 공동체로 진화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국민을 동원대상 또는 지도대상으로 폄하해 왔다”고 했다. 국민의 여망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의 교체, 국민 중심의 정치로 변화되길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 시장은 “야권은 가능하면 통합, 안 되면 연대, 최악의 경우 후보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 여망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실패하면 야권 역시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지층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이 시장의 본격적인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성 정치권의 빈틈을 파고드는 ‘날선 감각’으로 유력주자가 됐지만 몸집이 커진 만큼 행보 또한 둔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검증 국면에서 복지와 기득권 개혁 등 핵심 가치를 현실정치에 어떻게 관철하느냐에 따라 ‘거품’이 급격히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당내 경선 통과’도 난제다. 누가 뭐래도 부동의 야권 1위 후보인 문 전 대표의 존재 때문이다. 이 시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국민 뜻을 대리하는 머슴이기에 어쨌든 주인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 다 합쳐서 공동체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반(反)문재인 연대’ 구축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대의명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라고 반발했다. 이 시장은 “분발하자는 취지였을 뿐 이재명은 ‘반’자 붙는 정치는 안 한다”며 오해라고 해명했다. 윤태곤 실장은 “이 시장이 박 대통령 등 외부를 비판하면서 성장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워야 할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이재명 돌풍 언제까지… 대세 文과 맞짱, 검증과정서 ‘거품’ 빠질 수도
입력 2016-12-1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