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문 검색하면 ‘추문·사이비·탄핵’… 國格 추락

입력 2016-12-13 04:02



2016년을 대표하는 국내 뉴스로 첫 손가락에 꼽힐 사안은 단연 ‘국정농단’ 사태다. 같은 기간 주요 외신들도 사건의 발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 과정을 아우르는 심층 보도를 쏟아냈다. 실제 박 대통령에 대한 외신 보도는 올해 폭증했다. ‘외치’에 공을 들인 박 대통령이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재임 중 가장 뜨거운 국제적 주목을 받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나 한국에 대한 구글 연관 검색어 및 주제어 순위 상위권을 이번 사태에 관한 불미스러운 키워드가 차지하면서 국가 이미지도 타격을 받게 됐다.

박 대통령 외신기사 올해 2배로 껑충

주요 외신들이 보도한 박 대통령 관련 기사는 올해 폭증했다. 뉴욕타임스(NYT)에서 박 대통령의 영문명(Park Geun-hye)으로 검색되는 올해 기사는 12일 오후 2시 기준으로 248건이다. 지난해(102건)의 배 이상으로 임기 첫해인 2013년(144건)은 물론 2014년(137건)보다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기사 170건을 작성했다. 역시 지난해(83건), 2014년(69건), 임기 첫해인 2013년(80건)의 배를 넘는 수치다. CNN방송도 올해 기사 69건으로 세월호 속보가 많았던 2014년(90건) 다음으로 자주 다뤘다. 지난해는 43건, 2013년은 48건에 그쳤다.

이런 추이는 유럽·아시아 언론에서도 비슷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올해 박 대통령 이름이 포함된 기사를 76건 출고했다. 임기가 시작된 2013년(70건)보다 많았고 지난해(28건)나 2014년(46건)에 비하면 월등히 많았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올해 19건의 기사로 박 대통령을 다뤘다. 지난해(6건)의 3배 수준이다. 중국 CCTV방송에서 박 대통령 중문명(朴槿惠)으로 확인되는 기사는 총 9284건이다. 이 중 4326건이 지난 1년간 작성됐다.

박 대통령을 향해 쏟아진 관심은 구글 검색의 세계적인 추이를 반영하는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 사이트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지난 5년간 박 대통령의 영문명 웹 검색이 제일 많았던 때는 대선승리 확정 직후인 2012년 12월 23∼29일이었다. 그다음 검색이 활발했던 시기는 최순실(60)씨가 구속된 때인 올해 10월 30일에서 지난달 5일 사이였다. 이어 탄핵안 가결 전후인 지난 4∼10일 검색량이 세 번째로 많았다.

구글 연관 검색어 점령한 ‘국정농단’

늘어난 관심은 대부분 국정농단 사태에 쏠렸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박 대통령의 연관 웹 검색어 순위에서는 ‘최순실’이 12위로 ‘김정은’(13위)보다 높았다. 19위에는 ‘박근혜 종교’가 올랐다. 연관 검색어 급상승 순위에서는 ‘한국 대통령’ ‘북한’ 등에 이어 ‘최순실’이 6위를 차지했다. 16위에는 탄핵된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가 등장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급상승 연관 화제(Topic) 1위는 최순실의 철자를 혼돈해 실수로 검색한 것으로 보이는 축구선수 ‘최철순(Choi Chul-soon)’이, 2위는 ‘탄핵’이 차지했다. 3위는 최태민과 철자가 비슷한 가수 ‘이태민(Lee Tae-min)’, 4위는 ‘사이비종교’였다. ‘그리고리 라스푸틴’이나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 ‘샤머니즘’ ‘부패’ ‘추문’ ‘시위’ 등의 화제도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남한(South Korea)의 영문명 뉴스 검색 결과도 비슷했다. 급상승 연관 검색어 2위는 ‘추문’이었고 ‘사이비종교’(4위), ‘탄핵’(6위), ‘시위’(21위)도 뒤따랐다.

전문가들은 외신 보도가 국가 이미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처럼 특이한 사건은 뉴스 가치가 매우 높다”며 “뉴스는 국가 이미지와 결부되고 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로 우리의 낙후된 정치 상황이 알려진 것은 부정적이지만 ‘새로운 군중의 등장’이라고 할 만한 선진적인 시위가 소개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도 “검색어 등의 빅데이터 정보를 통해 피상적으로나마 국가 이미지가 드러난다”며 “정국 안정을 시작으로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