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오리족 소녀가 성장해 백인 일색 뉴질랜드 내각의 2인자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2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부총리에 마오리족 출신 폴라 베넷(47) 사회주택부 장관이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총리엔 빌 잉글리시(55) 부총리가 뽑혔다. 존 키 전 총리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며 사퇴하고 일주일만이다.
베넷은 17세에 딸을 낳았다. 현지 매체 스터프와 인터뷰에서 “17세에 미혼모가 돼 아기를 안고 있을 때 이 자리(부총리)까지 온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넷은 정부의 복지수당을 받으며 생활하다 1992년 오클랜드로 이사해 갖은 일을 다 했다. 화물자동차 휴게소 안내, 요양원 접시 닦기, 간호사 보조 등을 하며 홀로 아이를 키웠다.
20대 중반이 되던 94년 대학에 진학하자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베넷은 오클랜드 매시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96년에는 학생회장에 당선돼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하다 사회와 정치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졸업을 하고는 머리 매컬리 국민당 의원 사무실에서 일했다. 2005년 총선에서 국민당 비례대표로 의회에 입성하면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뉴질랜드 전체 인구 중 마오리 출신 비율은 14.9%다. 유럽 출신 74.0% 다음으로 높다. 현지 마오리TV는 “마오리족을 대변하고 업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민의 목소리와 “불같은 성격을 지녀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베넷은 “상황을 핑계로 가능성을 예단하는 젊은 마오리 여성들이 변화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월드 화제] 미혼모 출신 마오리족 소녀, 뉴질랜드 ‘유리천장’ 깼다
입력 2016-12-1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