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가 12일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씨와의 관련성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당을 떠나라”고 했다. 주류 친박과 비주류의 정면충돌로 보수정당 사상 초유의 분당 사태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친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의 과거 최순실씨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의 탈당을 요구했다. 이에 비주류는 ‘최순실의 남자들’로 이정현 대표와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 8명을 탈당 대상으로 거론하며 맞대응했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을 겨냥해 “사리사욕을 위해 대통령 탄핵을 악용하는 막장 정치의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 전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다는 걸 몰랐다면 거짓말” 발언에 대해선 “오로지 김 전 대표만 최순실을 아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유 의원에 대해서도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시절 ‘(최순실씨 아버지) 최태민씨가 박근혜 후보 처남도 아니고, 이명박 후보와 다르다’라며 최태민씨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 방어했다”고 말했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11일 저녁 친박계 의원 41명이 모인 자리에서 “언제든지 후배들을 위해 뒤로 물러날 결심이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친박 내부 결속을 위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최경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비주류를 향해 “‘박근혜’라는 큰 지붕 아래에서 온갖 혜택과 정치적 편익을 누려온 일부 세력”이라며 “이들의 패륜은 반드시 훗날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시국위원회는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 8명에 대한 탈당을 요구했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친박계가 구당(救黨)을 명분으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결성키로 한 데 대해 “사실상 보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 세력이 모여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미디 같은 얘기”라며 친박계의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 유 의원도 “당에 그대로 남아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일관되게 한 만큼 그런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친박 의원들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추진에 대해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며 당 입장에선 자해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했다.
친박과 비주류의 첫 번째 전선은 원내대표 경선이다. 친박계에선 이주영 홍문종 정우택 의원 등이, 비주류에선 김재경 주호영 나경원 의원 등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된다. 친박계는 새누리당 과반인 70명을 확보했다며 친박 원내지도부 구성까지 노릴 태세다. 변수는 40여명인 비주류가 중립지대 의원들을 얼마나 끌어오느냐다. 비주류 내부에선 원내대표 경선을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날 당 지도부는 방귀희 최고위원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박계 초선인 박완수 의원을 임명했다. 공석인 전략기획부총장엔 친박계 재선 이헌승 의원을 지명했다.
김경택 전웅빈 기자 ptyx@kmib.co.kr
‘분당 초읽기’ 새누리, 첫 전선은 원내대표 경선
입력 2016-12-12 18:11 수정 2016-12-13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