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러, 美 대선 개입’ 의혹… 유럽 선거도 손댔나

입력 2016-12-12 18:20 수정 2016-12-12 21: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져가는 가운데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비롯해 공화·민주당 소속 4명의 상원의원이 전면 조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우스운 얘기”라고 일축했지만 초당적 움직임이 불거져 백악관 입성을 코앞에 둔 트럼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매케인과 린지 그레이엄(공화), 차기 원내대표 찰스 슈머(민주), 군사위 간사 잭 리드(민주) 의원은 “상원 내 정보, 외교, 군사위원회 지도부가 참여하는 독립 위원회를 구성해 사이버 공격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케인은 CBS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특정 후보가 선출되도록 개입할 의도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 중앙정보국(CIA)이 미 대선을 뒤흔든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에 러시아와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비밀리에 협력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와 전국위원회(DNC) 인사의 이메일 수천 건을 해킹해 위키리크스에 전달한 인물이 러시아 정부 측이었다고 전했다.

마이클 맥파울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가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NBC방송에 “이번 사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복수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러시아의 개입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맥파울은 “푸틴은 클린턴이 미 국무장관 시절이던 2011년 12월 러시아 총선에 개입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공개적으로나 사석에서 말하곤 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 측의 또 다른 변명”이라고 부인했지만 향후 의회와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거론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오히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조작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그는 “해킹설이 대선 패배를 감추려는 변명이 아니라는 (민주당 측) 주장이 설득력 있게 안 들린다”며 “개인적 견해로는 오바마 행정부 정보부가 상당히 정치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등장했다. 가디언은 전날 CIA 격인 영국 M16 알렉스 영거 국장의 이례적 공개 연설을 거론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영거 국장은 지난 8일 “영국은 물론 유럽 각국의 민주주의가 적대국의 사이버 공격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M16이 CIA와 정보를 교환했다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정보를 알았을 것”이라며 “브렉시트 투표에도 러시아가 개입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치러질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 역시 러시아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친러시아 주자로 꼽히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와 극우 정당에 맞서 4선에 도전하는 푸틴의 ‘오랜 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