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에 스마트폰 사업은 여전히 딜레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는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 탓이다. 기술력에선 뒤지지 않는데 일관성 없는 전략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V10이나 V20도 출시 초반 반짝하다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려운 게 스마트폰 사업이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허무하다는 게 LG의 고민이다.
LG는 ‘스마트폰 부활’ 미션을 ‘세탁기 박사’ 조성진(사진) 부회장에게 맡겼다. LG는 조 부회장을 승진시키면서 3인 대표체제이던 LG전자를 조 부회장 1인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전환했다. 스마트폰 위기를 조 부회장의 ‘성공DNA’로 돌파해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6년 LG전자에 입사한 조 부회장은 탁월한 조직장악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 전문가로서 제품 기획부터 생산 현장까지 전 과정을 꿰뚫고 있다. 현장과 호흡하면서 각 부서 간 시너지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조 부회장은 올해도 일주일에 절반 이상은 창원에 머물면서 현장을 챙기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G5 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낮은 생산 수율에 따른 제품 수급 문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부회장의 현장 감각에 기대가 모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도입한 모듈식 설계를 생산 현장에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게 LG전자로선 가장 뼈아픈 일”이라면서 “기획부터 생산까지 제대로 아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준호 사장이 MC사업본부장에 유임된 것은 G5, V20 등에서 보여준 제품의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의 전반적인 업무는 이전처럼 조 사장이 챙기되, MC사업본부의 약점은 조 부회장이 보완해주는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 부회장이 세탁기 외에 다른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2013년부터 가전 전 분야를 이끌어온 조 부회장은 신개념 의류 건조기 ‘스타일러’ 개발을 제안해 성공시켰다. 조 부회장이 집중 육성한 무선청소기도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집에서 6∼7대의 청소기를 직접 사용하며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C사업본부는 올해 말까지 사업구조 개선활동을 마무리 짓고 내년 사업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미 전체 인력의 20%가량을 타 부서로 배치하는 등 인력 조정을 실시했다. 조 부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LG전자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조성진, LG 스마트폰에 ‘성공 DNA’ 심을까?
입력 2016-12-1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