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북핵 문제 등 다른 현안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미·중 관계가 격랑에 휩싸일 조짐이다. 양국의 긴장 관계는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을 촉발시켜 한반도 외교 지형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하나의 중국’에 왜 얽매이느냐”는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발언은 지난 2일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에 이은 것으로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 경우 중국이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일지 예상했다는 뜻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과 대미 무역흑자 감소,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자제 등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미국 역시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핵심 중의 핵심 이익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끝낸 1972년 ‘상하이 공동성명’에서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는 외부 간섭 없이 해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미 정부는 줄곧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했다. 중국은 이 원칙을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초’로 규정한다. 환구시보가 트럼프 발언 직후 사설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고 반발한 이유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미국의 이권을 챙기고 중국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렛대로 사용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용 카드일 뿐 실제 패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해 온 역대 대통령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버크넬대 중국 전문가인 주즈췬 교수는 “트럼프 주변에 포진한 친(親)대만 인사들로 인해 최소한 미국과 대만 관계를 조정하거나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친대만 인사로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핵심 외교참모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꼽힌다.
트럼프가 단순한 ‘엄포’를 넘어 정책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미·중은 전면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시아수석자문이었던 마이크 그린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끝내는 것은 크나큰 실수”라며 “미·중 관계 파탄은 물론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의 협력을 와해시킬 수 있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시기적으로도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정권이 들어선 이후 양안 관계가 최악이라는 점도 폭발력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하고 대만과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선다면 미국과 대만을 향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환구시보도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한다면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수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위협했다.
미·중의 대립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냉각된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고 북핵 문제도 꼬이게 할 수 있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양날의 검과 같다”면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카드”라고 평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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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핵심 이익 때린 트럼프… 美·中 '신냉전' 현실화?
입력 2016-12-13 00:09 수정 2016-12-13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