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박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

입력 2016-12-12 18:48
새누리당이 분당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놓고 대립해 온 친박계와 비박계가 급기야 12일 상대에게 “당을 나가라”고 주장했다. 단순 내홍을 넘어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극적으로 봉합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이 쪼개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최경환 서청원 홍문종 윤상현 김진태 의원을 ‘친박 8적(賊)’으로 규정하고 당에서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아주 가소로운 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친박계는 비박계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 대해 ‘결별 선언’을 한 뒤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으면 출당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쯤 되면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한 지붕 아래서는 함께 살기 힘든 상황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내내 수세에 몰려 있던 친박계가 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당권을 끝까지 쥐어 1000억원대로 알려진 당 재산을 가지려는 것이라는 말부터, 비박을 쫒아내고 60석 안팎의 정당으로 몰락하더라도 대구·경북(TK) 등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순수 친박당’으로 남아 향후 정치적 재기를 노리기로 작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런 행태에 국민은 분노와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로 친박계에 대해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여전히 알량한 권력을 놓지 않겠다고 발버둥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차라리 새누리당이 없어지는 것이 국가에 낫겠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입만열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하는 정치인이라면 진퇴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의 국가적 위기 사태는 대통령에게서 비롯됐지만 박근혜정권을 창출하고 지금껏 유지·운영해 온 친박계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각종 범죄 혐의로 탄핵안이 가결돼 청와대 관저에 유폐돼 있는데도 친박계에서 누구 하나 책임을 나눠 지겠다고 나선 이가 없다. 오히려 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떠나 인간적 도리도 아니다.

비박계와 같이 할 수 없다면 친박계가 새누리당을 떠나는 게 맞다. 풍찬노숙이 싫다면 모든 욕심을 버리고 2선으로 후퇴하거나 정계를 은퇴하면 된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이 탄핵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한 것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한 보수 진영은 친박계에 대해 엄중하게 요구하고 있다. “친박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