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7)은 올 한해 정말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도핑 파문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에 애간장을 태웠고, 이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부터 협박까지 받았다. 성적은 급전직하했고, 은퇴위기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한 해가 저무는 12월에 세계정상에 복귀하며 길고 긴 터널에서 빠져 나왔다.
박태환은 1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14분15초51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앞서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와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장거리인 자유형 1500m까지 제패하면서 3관왕에 등극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2년 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이탈리아)가 세운 14분16초10의 대회 기록을 0.59초 앞당겼다. 박태환은 이 경기를 끝으로 올해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박태환은 지난 3월 FINA의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에서 풀린 뒤 리우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바랐다. 그러나 국가대표 규정을 내세운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받기도 했다.
스트레스와 훈련량 부족으로 박태환은 리우올림픽 출전종목에서 모두 예선통과에 실패했다. 더욱이 그의 나이가 이미 전성기가 지난 20대 후반이기에 명예회복은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무너지지 않았다. 자비를 들여 훈련과 대회에 출전하는 등 투혼을 불살랐다. 박태환은 지난 10월 전국체전 자유형 200m와 400m 우승에 이어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4관왕에 오르며 국제무대 경쟁력까지 재확인했다. 결국 FINA가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
FINA는 12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그의 수영 일대기를 다룬 ‘박태환의 10가지 장면(Taehwan Park in 10 clicks)’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박태환이 다섯 살 때 천식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했고, 올림픽에 4회 출전해 4개의 메달을 따내 국가적 영웅이 됐다는 점이 적시됐다. 또 도핑 파문과 리우올림픽 출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윈저에서 세계정상으로 복귀했다며 그의 역경 극복을 축하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마린보이, 1500m도 金… 3관왕
입력 2016-12-12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