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의 헌법재판소 압박은 반헌법적 행태

입력 2016-12-12 18:48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헌법재판소를 향해 1월 말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을 내려 달라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도 한 가지라도 탄핵 사유가 충분하면 헌재가 더 이상 심리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마저 헌재 압박 대열에 합류했다. 야권은 탄핵 정국으로 빚어진 국정 혼란 상태를 최대한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는 점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기 전에 탄핵을 결정지어야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정파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헌법 절차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 된다.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법률과 양심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사법적 판단의 마지막 보루인 헌재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선 안 된다. 그런 탓에 헌재가 이제 막 심리를 시작한 상황에서 야권이 벌써 종착지를 정하는 것은 헌재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다. 헌재의 존재가치를 무시한 처사다. 헌법을 위반한 박 대통령을 탄핵한 야권이 스스로 헌법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과 진배없다.

박 대통령 탄핵 심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복잡하다. 박 대통령의 관련 혐의가 많고 이마저도 박 대통령은 부인하고 있다. 관련 증인만 수십명을 넘어 심리가 지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증거에 입각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법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헌재가 시간에 얽매여 흠결 있는 결정을 내린다면 대한민국 헌법을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마저 잃게 된다. 야권은 헌재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

촛불민심은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임시로 맡겨놓았다. 점령군처럼 행사하며 헌재를 압박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 야권은 헌재에 탄핵 결정 여부와 시기를 맡겨두고 국정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전력을 다할 때다. 대선 유불리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촛불 민심도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