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0만 마리 살처분… AI 근본적 대책 모색해야

입력 2016-12-12 18:47
지난달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어서 근심이 깊다. 11월 16일 전남 해남군과 충북 음성군 농장에서 시작된 AI는 12일 현재 닭 오리 메추리 등 가금류 1000만 마리가 넘는 살처분 피해를 낳았다. 이 추세라면 역대 최대 AI 피해 규모였던 2014년의 1400만 마리 살처분을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는 것이 당국의 예상이다.

올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바이러스 자체의 강한 독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최근 탄핵 정국에 따른 정부의 늑장 대응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에 따라 현장의 방역 조치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가 곳곳서 확인된다. AI 발생 지역의 종란이 타 지역으로 배달되는가 하면 이동 허가 없이 운행된 가금류 차량이 수십대에 달하는 등 이동제한 조치에도 구멍이 뚫렸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첫날인 12일 AI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방어에 나섰으나 늦은 감이 많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앞으로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AI 문제를 주요 과제로 다뤄야겠다.

‘살처분 후 매몰’의 사후 대처가 아니라 예방 차원의 근본적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무엇보다 사육환경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AI가 연례행사처럼 발생함에도 동물복지 농장에서는 지난 3년간 감염된 가금류가 전무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육 환경이 가금류 면역력과 항균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농가의 사육 여건 개선에 정부 지원을 늘리는 정책이 요구된다. 살처분 후 관리도 꼼꼼히 해야 한다. 특히 가금류가 매몰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지금처럼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맡겨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