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의결, 이것은 오늘 이 땅에 몰아닥친 카오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 어둠과 혼란의 카오스가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카오스 뒤에 있는 코스모스를 보아야 합니다. 이 혼란을 끝장내고 다시 질서의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 긴급히 해야 할 것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합니다. 나라와 민족 그리고 위정자를 위해 기도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대통령과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진심으로 무릎 꿇고 회개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직시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근대화에 공헌했지만 독재자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정치의 한축, 그리고 독재에 항거해 싸운 민주진영이라는 또 다른 한축’에 의해 진행돼 왔습니다. 이 양축이 치열하게 싸우면서 번갈아가며 한국 정치와 국정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러다 금번 사태로 그 중의 한축이 무너졌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축이 정권을 잡을 기회라고 쾌재를 부릅니다.
이제 이 구도 자체가 여기서 끝장나야 합니다. 독재 대 반독재, 민주 대 반민주라는 구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 선 시대는 독재 반독재가 아니라 통일시대입니다. 유라시아로 뻗어나갈 미래시대입니다.
셋째, 우리가 이 혼돈의 카오스를 끝내려면 미움과 저주의 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인은 전부 화병에 걸려 있습니다. 화병 때문에 분노하고 질시하고 미워하는 것은 카오스를 끝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혼란을 더 연장시킬 뿐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인간이 역사의 주인이라고 자부하며 인간적인 지평밖에 볼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지평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카오스에 휘둘리는 인간의 지평에서 나와야 합니다. 분노와 울분, 증오에서 한발 비켜서야 합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가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절망하고 좌절하고 미워하고 서로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새 역사는 저주와 미움, 증오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최고로 악랄한 방법으로 말이지요. 그 상황은 용서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때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단 한 번도 예수님은 우리에게 감정 따라 충동 따라 행동하라고 가르치신 적이 없습니다. 받은 대로 갚으라고 가르치신 적도 없습니다. 대신 원수를 사랑하라는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리셨지요.
어느 목회자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함부로 용서를 입에 올리지 말라.’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예수님도 동일한 말씀을 하셨을까요. 칠흑 같은 카오스의 밤을 빨리 끝내고 코스모스의 새 아침이 오게 하는 것은 용서일까요, 미움일까요.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주님은 개인, 민족의 카오스를 생명의 코스모스로 바꾸시는 분입니다. 이 어둠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소망은 오직 예수 한 분뿐입니다. 미움과 증오를 버리고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과 용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 카오스의 어둠을 헤쳐 나갑시다.
정인교 목사 (서울신대 설교학 교수)
약력=△서울신대 신학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신학석사 △독일 본대학교 신학박사
[오늘의 설교] 카오스를 넘어 코스모스로
입력 2016-12-12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