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질환으로도 척추디스크 증상 발생”

입력 2016-12-13 04:03

요통을 일으키는 척추디스크 질환이 신경의 손상이나 압박 자극뿐만 아니라 혈관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PMC박병원은 신경외과 박진규(사진) 원장, 심장내과 최현민 과장 연구팀이 디스크로 오인하기 쉬운 특이질환 사례를 발견, 최근 서울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미세침습학회(KOMISS) 2016 추계 학술대회 및 심포지움에 보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얼마 전 허리 통증이 허리디스크 때문인 줄 알고 PMC박병원을 찾아온 25세 남성 환자 K씨가 정밀검사를 통해 ‘호두까기증후군’(넛크래커 신드롬)이란 콩팥혈관질환에 걸려 허리디스크 유사 증상을 겪게 된 사실을 밝혀냈다.

호두까기증후군이란 왼쪽 신장에서 나오는 정맥이 복부대동맥과 상장간동맥(上腸間膜動脈)에 끼어서 옆구리와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항문 및 성기 감각이상, 골반통, 요실금, 발기부전, 현기증 등의 이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콩팥에서 나오는 정맥이 막히는 바람에 소변에 혈뇨가 비치는 경우도 잦다.

복부대동맥과 상장간막동맥이 호두까기 집게 모양을 이루고, 그 사이에 좌신(左腎, 좌측 콩팥)정맥이 끼어 압박을 받으면서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호두까기증후군이란 병명을 갖게 됐다.

연구팀은 K씨가 요통과 함께 양측 하지 방사통 및 다리 저림, 하복통을 호소해 척추질환 때문인지 여부를 먼저 검사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척추관절은 멀쩡했다. 소변검사에서 혈뇨가 비친 점을 근거로 다시 콩팥 주위 복부CT를 찍었다. 그 결과 좌신정맥이 막혀서 허리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임을 규명했다. 바로 호두까기 증후군이었다.

K씨는 막힌 신장정맥 혈관에 스텐트(금속성 그물망)를 심는 중재(仲裁)시술을 받았다. 혈관을 넓히고 혈액순환도 원활히 해주기 위해서다. 혈류 재개와 동시에 그동안 K씨를 괴롭히던 옆구리와 허리 통증이 깨끗이 사라졌다.

박진규 원장은 “옆구리와 허리 통증, 하지 방사통 등 척추질환 증상이 있더라도 혈뇨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면 호두까기증후군같은 혈관질환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정밀검사 및 확인이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