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렉스 틸러슨(64·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유력하다고 10일(현지시간) 현지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틸러슨은 트럼프처럼 공직 경험이 없는 기업인인 데다 미국 내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인사여서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틸러슨은 기업인 그 이상이며 월드클래스 선수”라면서 “그가 많은 선수를 알고 있는 것은 최대 장점”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틸러슨의 친러 성향을 감안한 듯 “그가 러시아에서 큰 거래를 해 온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를 위해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날 CBS 인터뷰에서는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낙점했느냐는 질문에 “두고보자”고 말했다. 일단 틸러슨을 유력 후보로 부각시킨 뒤 반응을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번 주 초까지 국무장관 인선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CNN방송은 “이번 주 중반쯤 국무장관이 결정될 것 같다”면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카드도 아직 폐기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근들이 롬니 발탁을 결사 반대하는 가운데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가 롬니를 적극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누가 국무장관이 될지는 공식 발표가 나와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틸러슨은 1975년 엑손모빌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2006년 CEO가 됐다. 엑손모빌을 경영하면서 많은 외국 정상들과 인맥을 쌓은 틸러슨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에 오르기 전인 십수년 전부터 그를 알고 지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 존 햄리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제외하면 틸러슨만큼 푸틴과 많은 시간을 보낸 미국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은 2012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사업상 불이익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상황이어서 친러파의 국무장관 기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틸러슨과 푸틴의 관계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틸러슨 기용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로,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대선에 개입(이메일 해킹을 지칭)한 푸틴에게는 또 다른 승리”라고 비꼬았다. 틸러슨 지명이 강행될 경우 의회 인준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국무장관을 노리다가 어려워지자 내각 입성의 뜻을 접었다. 줄리아니는 “내각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이 컸지만 국무장관 외 다른 자리는 관심이 없다”며 “난 외부에서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장관으로 롬니는 불가하고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적합하다는 뜻을 밝혔다. 볼턴은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 시 부(副)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美국무장관에 ‘친러’ 엑손모빌 CEO 급부상
입력 2016-12-11 18:59 수정 2016-12-12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