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뒤 첫 주말 집회인 10일 7차 촛불집회는 앞선 6차례 집회보다 분위기가 한결 가벼웠다. 그러나 구호는 여전히 엄중했고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곳곳에서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는 모습이 보였다. 김동규(43)씨는 청계광장에서 푸드트럭에 ‘박근혜 그만 두유’라고 쓴 플래카드를 걸고 시민들에게 두유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 또 광화문광장 곳곳에서는 따뜻한 커피와 배즙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아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김동일(41)씨는 “전에 2번 집회에 나왔다”며 “이번에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이를 축하하자는 의미에서 가벼운 마음에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가수 권진원, 이은미씨는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본 행사 무대에 올라 탄핵안 가결을 축하했다. 이씨는 “오랜 시간 대한민국엔 청산이란 역사가 쓰인 적이 없었다”며 “어제가 제대로 된 청산의 역사가 쓰인 첫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어제 탄핵과정을 지켜보면서 긴장도 됐고, 가결되면서 눈물도 흘렸다. 이제는 정말 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에 만족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청와대 앞 100m 앞까지 촛불을 들고 다가간 시민들은 “국회도 탄핵했다.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다. “퇴진이 민심이다. 촛불은 계속된다”는 구호도 있었다. 남상일(42)씨는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자리에서 내려와야 이 모든 혼란이 끝난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면 국정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축제 분위기 속에도 결의를 다지는 목소리가 컸다. 경찰 차벽 근처에서 촛불을 들고 있던 배모(51·여)씨는 “지금이 가장 중요할 때”라며 1987년 6월 민주항쟁 경험을 얘기했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던 배씨는 “매일 거리로 나와 전두환정권과 맞서 싸우며 시민들의 힘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냈는데, 당시 여당 후보였던 노태우가 당선되면서 ‘죽 쒀서 개 준 꼴’이 됐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까 두려워 이를 지켜보러 나왔다”고 했다. 그는 “날이면 날마다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물러나고 국정 혼란이 수습될 때까지 거리로 나오겠다고 했다. 장경애(46·여)씨는 “탄핵 가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계속 모여 헌재의 판단과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정치인들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인(48·여)씨도 “사실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아직 청와대 안에 있고, 탄핵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제는 헌재를 압박하는 집회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평일과 주말 촛불집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단 하루라도 박 대통령이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할 때까지 촛불은 계속된다”고 11일 밝혔다. 퇴진행동은 평일 저녁에도 광화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17일에는 8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다. 퇴진행동은 헌재에 시민들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여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글=윤성민 김판 기자 woody@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朴 즉각 퇴진… ‘87년 되풀이’ 안된다” 경계 목소리도
입력 2016-12-11 18:52 수정 2016-12-12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