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무등호랑이’로 남는다

입력 2016-12-12 04:39

양현종(사진)이 ‘의리’를 택했다. 일본행과 잔류 속에서 고민하다 친정 KIA 타이거즈에 남기로 결심했다.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양현종은 역대 최고 투수 FA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IA는 올해 FA 시장의 ‘큰손’이 됨에 따라 일약 내년 시즌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는 11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양현종의 입단 협상이 불발됐다”며 “양현종이 전날 대리인을 통해 KIA에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요코하마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양현종은 일본 진출과 잔류를 놓고 고심했지만 KIA에서 우승을 이루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양현종이 KIA행을 선택함에 따라 이제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받을 지가 관심이 됐다. 일단 역대 FA 투수 최고액은 확실하다. 요코하마는 양현종에게 2년 6억엔을 제안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4년 122억원이다. 이 돈을 뿌리치고 KIA에 남기로 결심한 이상 KIA도 성의 표시를 해야한다. 역대 투수 최고액은 2년 전 KIA 윤석민의 4년 90억원이다.

최근 과열된 FA 시장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는 차우찬을 잡기 위해 이미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양현종은 차우찬과 똑같은 좌완이다. 특히 실력 면에선 양현종이 더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차우찬은 올 시즌 12승6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10승12패로 승운은 많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평균자책점은 3.68로 훨씬 낮았다. 특히 양현종은 올 시즌 200⅓이닝을 던져 데뷔 후 처음으로 200이닝을 돌파했다. 선발투수에게 중요한 이닝이터의 모습도 보여줬다.

다만 100억원을 돌파할 지는 의문이다. 원소속 구단인 KIA가 양현종의 해외 진출을 상정해 실탄을 많이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KIA는 FA시장에서 최형우에게 사상최대 100억원을 포함해 나지완에게 40억원을 안기는 등 계약 체결을 서둘렀다. 양현종 부재에 대비해 왼손투수인 팻 딘을 영입했고 헥터 노에시를 포함, 외국 선수 3명에게 총액 345만 달러를 투자했다. 양현종에게 100억원을 투자한다면 KIA는 올 시즌 무려 280억원을 쓰게 되는 셈이다.

역대 단일 시즌 한 팀의 FA 계약 최다 투자 금액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가 기록한 191억원이다. 사실상 KIA가 이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다. KIA 관계자는 “너무 갑작스럽게 양현종의 잔류 결정이 이뤄졌다”면서 “이번주 쯤 양현종과 만나 의견을 나눠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내년 시즌 KIA의 우승 꿈은 현실화되고 있다. 양현종과 헥터 원투펀치가 건재하고, 중심타선은 최형우가 가세하면서 파괴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4, 5선발감 부족, 고질적 마무리 불안과 노쇠화, 타자들의 부상 우려 등은 우승 행보에 장애가 될 수 있다. KIA는 올 시즌 무려 16명의 선발 투수를 기용했다. 시즌 내내 선발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한화 보다 겨우 1명 적다. 그만큼 선발 투수들의 성장이 더디다.

불펜도 문제다. 우선 중간 릴리프의 두 축인 최영필과 김광수는 각각 42세, 35세이고 마무리 임창용도 40세여서 고령축에 속한다. 올 시즌 내내 방어율이 하위권에 맴돌았던 불펜진이 내년에 일취월장할지도 확신할 수 없다. 주축 타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김주찬과 이범호, 나지완은 허벅지와 무릎, 종아리 등에 고질적인 통증을 안고 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