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보수정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쪼개질 운명에 놓였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이정현 대표 사퇴 이후 ‘친박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역습을 당한 비주류들은 11일 “친박들이 ‘막가파식’ 정치, ‘배째라’ 정치를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반면 친박들은 “촛불민심의 돌을 맞을 수는 있어도 책임을 함께 져야 할 비주류의 돌을 맞을 수는 없다”고 맞받아쳤다.
화해 가능성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라 남은 것은 분당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말 이전에 새누리당 비주류가 탈당하는 형식으로 분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친박 의원 50명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 모여 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혁신과 통합 연합’을 13일 정식 발족키로 하고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공동대표로 뽑았다.
친박 의원 20여명은 탄핵안이 가결됐던 지난 9일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이들은 탄핵 통과에 앞장섰던 유승민 의원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전 대표와도 함께 갈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친박 의원들은 “이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당권을 비주류에게 넘겨줄 수 없다”고 결의했다. 친박 비대위로 전환해 당권을 놓지 않고 계속 장악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폐족(廢族) 위기 상황에서 비주류에 선전포고하며 ‘내전’을 택한 셈이다.
이는 이 대표가 탄핵안 통과 직후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해놓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여기서 ‘최소한의 장치’란 친박 주도의 비대위라는 얘기다.
절차상으로만 따지면 친박 비대위 구성은 어렵지 않다. 현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 체제를 결정하고 전국위원회의 의결만 있으면 된다. 당내에서 친박이 수적 우위를 보이고 있어 전국위원회 의결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친박의 주장이다.
친박 비대위원장에 김태호 이인제 전 의원이 거론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이들은 친박 색채가 강하지 않다. 또 김 전 의원은 경남지사 출신이고, 이 전 의원은 정치기반이 충남이다. 친박 하면 떠오르는 대구·경북(TK)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카드들이다. 친박들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접촉했으나 손 전 대표가 강력하게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최순실 국정농단 범죄의 방패막이가 됐던 이들은 스스로 당을 떠나야 한다”면서 친박 탈당을 촉구했다. 비주류와 친박 모두 상대방을 향해 “당을 떠나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비상시국위는 또 친박 지도부를 겨냥해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위배를 방조·옹호한 책임을 지고 전원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정태근 전 의원 등은 전·현직 탈당 의원 모임을 갖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비주류 “탈당 불사”… 與 연말 이전 분당 가시화
입력 2016-12-12 0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