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한국호 표류할 시간 없다, 朴 지금 떠나야”

입력 2016-12-11 18:30 수정 2016-12-12 00:43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이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을 위해서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가디언 캡처

해외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난과 북핵 리스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 등 대내외적 현안이 산적한 만큼 정치적인 혼돈이 길어져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였던 존 에버라드는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홈페이지에 “박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과 주변국이 충격과 대혼돈에 빠졌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를 ‘B급 영화 줄거리 같은 스캔들’이라고 칭하며 “박 대통령이 권한은 잃되 공직은 유지하면서 이 기괴한 이야기가 더 이상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썼다.

에버라드는 향후 탄핵 절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옷을 벗을 뻔했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이 된 데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2명이 퇴직을 앞두고 있어서다. 그는 “헌재 판결과 무관하게 박 대통령이 제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며 “한국에는 모든 역경 중에서도 2018년 2월까지 죽은 것과 다름없는 ‘레임덕’의 통치를 받는 상황이 가장 불행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국정 마비가 4∼8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포브스 등에 낸 논평에서 “황 권한대행이 국정을 운영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 절차가 완료되면 신당 창당이나 합당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60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대선 주자를 골라내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이 복잡한 남한 정세를 기회삼아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 도발까지 더해지면 한반도는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더 취약한 화산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남한의 헌법 위기 상황이 남북관계와 함께 미·중관계의 긴장도 심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남한의 혼란이 트럼프의 미국과 동북아 지역에서 힘겨루기를 할 중국에는 영향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핵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미국에 회의적이지만 평양에는 더 부드럽고 중국에도 우호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가디언은 사설에서 “한국호에겐 선장 없이 표류할 시간이 없다”며 저성장, 청년실업 등에 북한의 도발, 트럼프 당선이라는 국제적 위협까지 맞물린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평화롭던 서울 거리로 분노가 분출할까봐 두렵다”면서 “박 대통령은 그의 나라와 자기 자신을 위해 바로 지금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가와 결혼했다던 박 대통령에게 지난 9일 국가가 이혼 소송을 걸었다”며 “무력한 박 대통령은 유년시절의 집(청와대) 담벼락 뒤에서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고압적(with a heavy hand)인 통치는 아무 득이 되지 않았다”면서 “한국의 3분기 성장률이 2.7%로 주저앉았고 가계부채는 급증하는 반면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