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잇단 대형 계약… ‘수주 절벽’ 숨통 트이나

입력 2016-12-11 18:32 수정 2016-12-11 21:09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왼쪽)과 아미르사만 토라비자드 이리슬 기술·영업부문 이사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빌딩에서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사상 최악의 일감 기근에 허덕이는 조선업계가 신규 선박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내년에는 극심한 수주 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국내외에서 대형 컨테이너선·PC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 10척과 특수선 2척 등 12척의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약 1조5250억원 규모다.

이번 물량 중 1만4500TEU(1TEU=길이 약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과 4만9000t급 PC선 등 10척, 7억 달러(약 8210억원)어치는 이란 해운업체 이리슬(IRISL)에서 따냈다. 이란이 올 1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뒤 처음 발주한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로 이란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의 자원부국이자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엔의 제재 해제로 원유·가스 등 자원과 상품 물동량이 늘면서 신규 선박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컨테이너선, PC선을 건조해 2018년 2분기부터 차례로 인도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리슬의 요청으로 현지 기술협력 등 이란 조선소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방위사업청과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도 각각 잠수함(장보고함) 1척, 경비함 1척 등 3000t급 특수선 2척을 수주했다. 7000억원 규모로 회사는 올해 특수선 분야에서만 6척, 1조60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경비함은 2020년, 잠수함은 2023년 인도할 계획이다.

외국계 투자기관 CLSA는 최근 현대중공업의 이리슬 선박 수주를 앞두고 “이란에서 상선 수주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규 선박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사인 비하르와 KOTC로부터 제품유 운반선과 LPG선을 수주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노르웨이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업체 호그LNG사와 17만㎥급 FSRU(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 4척 건조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척당 2억 달러(약 2346억원)씩 모두 8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정식 계약은 내년 1월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안으로 25억 달러 규모의 모잠비크 코랄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 수주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멕시코만 ‘매드독2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영국 국영석유회사(BP)가 발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건조 계약도 조만간 완료할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금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국영선사 소브콤플로트가 발주하는 2억 달러 규모의 중형 유조선 4척 건조 계약을 놓고 현대중공업과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브콤플로트 세르게이 프랑크 회장은 지난달 말 방한해 두 회사 관계자를 차례로 만났으며, 올해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은 북극해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LNG선 4척 수주전에서 중국 업체와도 경쟁 중이다.

최근 유가 상승 상황도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들의 경기가 살아나면 세계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선박 발주가 늘고, 해양플랜트 등의 분야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