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세 가지 의리는 우정, 공익을 위한 정의감, 그리고 최고인 사회적 약자를 돕는 나눔이다.”
‘의리파 배우’ 김보성(50·사진)이 소아암 환우들에게 힘을 주겠다는 뜻을 품고 종합격투기(MMA) 링에 처음 올랐으나 아쉽게 테크니컬녹아웃(TKO) 패를 기록했다. 김보성은 지난해 6월 국내 종합격투기를 주최하는 로드 FC와 계약하고 데뷔전 입장 수익과 대전료 전액을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이후 몸만들기에 치중하면서 90㎏의 몸무게를 77㎏까지 줄였다.
김보성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 ‘샤오미 로드 FC 35’ 대회 웰터급 스페셜매치에서 곤도 데츠오(일본)와 맞대결을 펼쳤다. 상대는 종합격투기 경력 4년에 17전 3승 14패를 기록 중인 베테랑이다. 김보성의 격투기 취지에 박수를 칠 뿐 김보성이 시합을 이길 것으로 생각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 초반 김보성은 강력한 펀치를 퍼부었다. 곤도의 얼굴에 수차례 정확한 타격을 가하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관객석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조금씩 생겼다.
하지만 유도선수 출신인 곤도는 자신의 장기인 그라운드 기술로 위기를 극복했다. 곤도는 스탠딩 선언 이후 오른손 펀치로 김보성의 오른쪽 눈 부위를 공략했다. 김보성은 오른쪽 눈에 충격을 받은 뒤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1라운드 2분35초 만에 김보성의 모험은 마침표를 찍었다.
김보성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를 돕기 위해 싸우다 왼쪽 눈을 심하게 다쳐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왼쪽 눈 시력이 나쁜 데다 오른쪽 눈에 타격을 입어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보성은 “왼쪽 눈이 실명 상태다. 렌즈를 낀 오른쪽 눈에 펀치를 정통으로 맞으니까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른쪽 눈마저 실명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경기를 계속하지 못했다. ‘오른쪽 눈만은 최대한 보호해 달라’던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소아암 환자들과 40, 50대 중년 남성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도 했다. 로드 FC 측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보성이 병원으로 이동해 메디컬 체크를 받았고 눈뼈가 골절된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며 현재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보성의 아내 박지윤씨는 지난 2일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고자 3년간 기른 머리카락 35㎝를 잘라 기부하는 등 남편과 뜻을 함께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격투기 데뷔전 치른 배우 김보성, 의리의 TKO패 “소아암 환우에 용기 주고싶었는데… ”
입력 2016-12-1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