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자 등 증거조사 필요 특검과 겹쳐 기록 확보도 관건

입력 2016-12-12 04:51
헌정 사상 두 번째인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을 조속히 종결해야 하는 헌법재판소 앞에는 시간이 적지 않게 필요한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항과 함께 직권남용·강요 등의 법률위반 내용까지 따져봐야 하는 데다 특별검사의 수사와 더불어 최순실(60)씨 등 국정농단 관련자 10여명의 형사재판까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의 첫 변론기일은 박 대통령 측이 오는 16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한 이후 결정된다. 헌재는 답변서를 검토한 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첫 기일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에는 사건 접수 19일 만에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통상 주 1회 열리는 전원재판부 재판평의(회의)를 2∼3일 간격으로 여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심리 기간을 단축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탄핵당할 만한 사유가 있는지 일일이 반박 논리를 내놓을 전망이다.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은 형사재판에 준하는 증거조사 절차다. 검찰 수사 자료와 최씨 등 국정농단 관련자의 진술서 등을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선 사건 당사자인 박 대통령 측 동의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증거 부동의 의견을 낼 경우 최씨와 안종범 정호성 등 핵심 피고인들은 물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재벌기업 총수들까지 줄줄이 심판정에 불러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으로 선임된 채명성(38·연수원 36기)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탄핵소추안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지금은 사정 변경이 많아 (2004년과 달리) 헌재에서도 추가로 이론 정립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채 변호사는 “헌재는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헌재는 검찰과 법원의 재판 수사 자료를 요구할 수도 없어 별도로 조사하고 심리해야 한다”며 “180일 이내에 헌재 심리가 다 마쳐질지 미지수”라고 예상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특검 수사와 국정농단 관련자 10여명의 재판에서 헌재가 얼마나 수월하게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헌법재판소법 32조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2004년 당시 헌재는 “사본은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자료를 제출받기도 했다.

소수의견 공개도 헌재 재판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재판관들은 선고 직전까지 소수의견 공개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결국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2005년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은 모든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이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국민 약 80%가 탄핵을 찬성하고 있고, 탄핵소추안 역시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소수의견의 재판관이 민심(民心)을 의식해 빠른 판단을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