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조기 대선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등 준비 작업에 돌입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차기 대선이 약 4∼9개월 당겨질 가능성이 유력한 탓이다.
반면 조기 대선을 앞둔 야권 대선주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섰다간 ‘국가적 위기에 대권에만 욕심낸다’는 비판이, 손을 놓기엔 짧아진 경선 기간이 두렵다. 후보들은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으로 개별 존재감을 높이고, 경선 룰 세팅은 당이 주도적으로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도부는 11일 “이번주 중 조기 대선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및 원탁회의 구성을 위한 실무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선 1년 전까지 경선 방법·시기를, 6개월 전까지 대통령 후보를 확정토록 해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공약인 대선 관장용 원탁회의도 외부인사 인선에 돌입할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내년 2월 15일 창당대회를 기점으로 신임 지도부 중심 대선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표 후보인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공약에 버금가는 개혁정책을 내놓으며 수권 능력 증명에 힘을 쏟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시국성명을 내고 ‘국가 대청소’를 주장했다. 그는 “구(舊)체제와 구악(舊惡)을 청산하고 낡은 관행을 버려야 한다”며 비리·부패, 사유화된 공권력, 정경유착, 국정농단 공범자 청산과 언론 개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부패 기득권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검찰 개혁, 관료사회의 전관예우·현관비리 근절을 제안했다.
‘역전’을 위한 시간이 촉박한 후순위 주자들은 각자 사활을 건 존재감 확보에 나섰다. 그 중심에는 촛불 정국 최대 수혜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서로를 지렛대 삼아 지지율 상승을 꾀하고 있다.
이 시장은 페이스북에 “(지난 9일) 비 내리는 국회 앞에서처럼 ‘원순 형님’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고 국민 승리의 길을 가겠다”고 썼다.
박 시장도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행사에 이 시장을 초청해 “청출어람”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활동을 함께했다. 이 시장 측은 “두 사람은 지향하는 바도, 지방정부를 해봤다는 경험도 같다”며 “촛불 정국 이후 광장에서 굉장한 연대의식을 쌓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에겐 문 전 대표 지지층을 상당 부분 공유하는 박 시장이 훌륭한 파트너다. 지지율이 정체된 박 시장에겐 이 시장의 폭발력이 매력적이다. 다만 대선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모두 후보 단일화 얘기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은 전북의 원광대 강연에서 “법을 안 지키면 보수가 아니라 범죄 집단”이라며 “법과 원칙대로 하자는 내가 진정한 보수”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시장이 이번주 중 문 전 대표를 제칠 수 있다. 다만 대선 후보 경선은 이기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 대선 5당 체제도 전망했다. 5당은 새누리당, 민주당, 국민의당에 더해 ‘비박(비박근혜)+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비문(비문재인)+이 시장’을 의미한다.
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빨라진 ‘대선 시계’… 野 잠룡들의 딜레마
입력 2016-12-12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