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주도권을 쥔 야권이 ‘박근혜표 정책’에 칼을 대기로 했다. 야권은 국정 교과서를 포함해 한·일 위안부 합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박근혜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11일 “국민 의사와 동떨어진 정책들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타협이 어렵다면 차기 정부 과제로 넘기는 게 맞다. 강요하듯 집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야권은 국정 교과서 폐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사회개혁의 시작은 박 대통령이 오기로 풀어온 것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국정 교과서와 한·일 위안부 협상은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시국성명을 발표하고 “역사 국정 교과서 등 박근혜표 정책 집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민주당 역사교과서특위 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노동계가 강력 반발해 온 성과연봉제도 향후 진행될 국회·정부 간 정책협의체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사드 배치 문제의 경우 수술대에 올라 있긴 하지만 야권이 전면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동맹국인 미국과의 합의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배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탄핵으로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군은 6개월 내에 관련 절차를 완료한 후 내년 5월까지 사드 배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GSOMIA 역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식 발효됐기 때문에 원천 무효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야권은 졸속 협상을 그냥 넘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의 비준동의권이 침해당했다며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 차원에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GSOMIA, 한반도 사드 배치 등 민감한 사안도 탄핵과 무관하게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외교는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관련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조성은 기자 sharky@kmib.co.kr
국정 교과서-한·일 위안부 합의… 야권, 박근혜표 정책에 메스 댄다
입력 2016-12-12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