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주말을 분주하게 보냈다. 경제팀은 탄핵 의결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나섰지만, 곳곳에서 삐걱대는 모습이다. 컨트롤타워의 ‘어정쩡한 입지’ 때문에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등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현안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유 부총리는 단체장들에게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신입직원 채용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내년 투자계획도 조속히 마련해 집행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경제계는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양측 모두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의 면담 요청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내부 일정을 이유로 불참해 간담회에는 5개 단체만 얼굴을 보였다. 삼성그룹 등 주요 전경련 회원사 총수들이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탈퇴를 선언, 전경련은 존폐 기로에 몰려 있다. 그나마 대한상의는 회장이 아닌 부회장이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경제계 면담에 이어 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장과도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대 노총 모두 불참을 통보해 일정이 취소됐다. 양대 노총은 성과연봉제·노동개혁 등 현안에 대한 견해차를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다.
유 부총리는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도 주재했다. 그는 “경기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 재정 집행으로 위축된 민간 수요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경제주체가 불필요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기재부가 중심이 돼 모든 경제부처가 하나로 뭉쳐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며 “나 자신도 재임 기간에 역사적 소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도 이날 오전 관계기관 합동 비상경제대응반 회의를 열고 탄핵안 가결 이후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주가와 환율 모두 안정적 흐름을 보였으며 국제금융시장의 원·달러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 등도 안정세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외환·금융시장뿐 아니라 수출·투자 등 실물경제 전반을 24시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이날 송언석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열린 재정상황점검회의에서는 연말까지 재정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내년 예산에 대해서는 연초부터 적절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다하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정책 공백 최소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와의 ‘어색한 동거’ 상황을 이어가는 한 유 부총리의 리더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정치권 합의를 통한 ‘교통정리’가 시장 안정을 위해 가장 급한 일이라는 얘기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 현실화
입력 2016-12-11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