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동구 구천면로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 앞. 노란 조끼와 모자를 눌러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신도 1000여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잠시 뒤 이들은 교회 주위를 에워싸고는 “교리비교 바른 진리” “아름다운 신천지로 오세요” 등을 외쳤다. 이 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을 향한 구호였다. “명성교회 교인을 사랑합니다”라며 손하트도 날렸다. 플래카드에 이 교회 김삼환 목사의 사진을 걸고 “기성교회 목사들은 가라지 목사”라고 억지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서하남IC 인근 신천지 요한지파 신도가 주축인 이들은 이 같은 ‘땅 밟기’집회를 6주째 열고 있다. 땅 밟기란 타 종교시설이나 특정지역에 들어가 기도하고 찬양을 하는 것이다. 일부 근본주의적 선교단체들이 도입한 중보기도의 일종인데, 우상숭배·퇴폐 유흥지역 등에 나쁜 영이 진을 치고 있다며 이를 몰아내기 위해 해당 지역 땅을 밟으며 기도한다고 한다. ‘나쁜 영’에 물든 명성교회 성도들을 신천지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시위에 대해 이단 전문가들은 1931년생인 이만희 교주가 사망할 경우 신천지 내 지분 획득을 위한 ‘충성경쟁’의 일종이라 분석한다.
명성교회 관계자가 한 시위 참가자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나는 성당 다닌다. 노란조끼 반납하고 일당 5만원 받으면 끝이다”고 답했다. 교회 인근 주민들은 시위 참가자에게 “인도 통행을 방해하지 마라, 확성기로 큰 소리 내지 마라”고 호통을 쳤다.
명성교회 교회안전대책위원회 측은 시위 현장을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신천지 관계자는 “집회허가를 받고 평화롭게 전도활동을 하는 걸 왜 문제 삼느냐”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되레 자신들의 집회를 방해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명성교회는 즉각 신천지 측이 주일예배를 방해했다며 관할경찰서에 신고했다. 한국교회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부연했다.
교회 주보에도 신천지 포교활동을 주의하라는 알림을 실었다. 명성교회는 지난 4일과 지난달 27일 주보에 “최근 이단(신천지 등) 포교활동이 잦아지고 있다. 성도들께선 받은 SNS(문자, 카카오톡)를 교구장이나 목회행정처로 알려주시면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성도들께서 영적으로 깨어 교회중심, 말씀중심에 굳게 서서 이러한 이단·사이비단체에 미혹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발간한 이단 관련 자료집에 따르면 신천지 교주 이만희는 구원파, 하나님의 교회(안상홍)와 함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단이다. ‘교주 이만희=보혜사’라는 교리가 대표적이다. “우리에게만 구원이 있다” “예수 재림은 우리 단체에서 이뤄진다”는 등의 극단적 주장도 서슴지 않으며 무료로 성경공부를 시켜 준다며 정통교회 교인들에게 접근한다.
글=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막가는 신천지… 명성교회 6주째 포위 시위
입력 2016-12-11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