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야권이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 임 내정자 임명에 동의하자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후임 금융위원장 인사를 맡겨야 한다. 황 권한대행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박근혜 버전 2’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다른 사람을 찾아 추천하자니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장기화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야권은 12일 개원하는 임시국회에서 임종룡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적절한 인물을 추천한다면 국민의당은 그 뜻을 따르겠다”며 사실상 ‘백지 위임’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 내정자에 대해서 당내 이견이 있다”며 “12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경제·민생을 위해 탄핵 전 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자고 주장했지만 야3당 대표회담에서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당장 특정인을 거론할 순 없지만 어쨌든 큰 틀에서 경제·민생·안보에 대한 우선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일호·임종룡의 ‘이상한 공존’을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데 두 야당이 뜻을 같이했다.
임 내정자의 경제부총리 임명에 동의할 경우 황 권한대행 체제가 견고해질 것이란 우려도 숨기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장인 임 내정자를 경제부총리로 임명하면 금융위원장이 공석이 된다. 서민생활에 밀접한 금융정책을 관장하는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는 만큼 황 권한대행의 후임 임명이 불가피하다. 야권으로선 ‘현상 유지’가 역할인 권한대행 체제에서 후임 인사가 이뤄지는 데 대한 껄끄러움이 있다. 이를 인정할 경우 공석인 법무부 장관을 황 권한대행이 임명하더라도 막을 명분이 희박해진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임 내정자는 청와대 서별관회의 멤버이고, 최순실이 밀었다는 의혹도 있다”며 “나아가 현 과도내각 체제에서 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든다”고 말했다. 후임 금융위원장 인사에 대해서도 “우리는 황 권한대행이 인사를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임 내정자가 관료 장악력은 있다. 또 경제 문제가 시급한 만큼 계속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제 상황을 책임질 수 있는 경제부총리를 조속히 정해야 한다”며 민주당 추천 인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추천 인사에 큰 문제만 없다면 그 뜻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며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협의 결과를 따른 것과 같다. 임 내정자 거취도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제3의 인물이 경제부총리로 임명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회에서 논의해 새 인물을 선임할 경우 후임 금융위원장 인사 논란도 사라진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 추천 인사를 ‘대행 체제’의 정부가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강준구 고승혁 정건희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찬성도 반대도 찜찜… ‘임종룡 경제부총리’를 어쩌나
입력 2016-12-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