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엑스레이 촬영을 권했습니다. 결과를 보고 의사는 폐결절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곧 지역의 종합병원을 찾았고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뒤 “암일 확률이 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거짓말처럼 다음날부터 폐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가래가 생겼고 기침이 심했으며 열과 땀도 났습니다. 식욕이 줄면서 체중도 감소했습니다. 좀 더 확실한 진단을 받고자 서울의 암전문 병원을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의사는 “확실친 않지만 CT 상으로는 암 같으니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결과 폐암 말기일 경우 20일정도 생존할 수 있고, 혹여 수술을 할 수 있는 경우라도 길어야 5년 정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불안감은 극도로 심해졌습니다. 입원 날짜를 예약하고 즉시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겸허히 죽음을 받아드리기가 힘들었습니다. 너무도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주일예배 광고 시간에 교우들에게 건강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살고 싶으니 함께 기도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교우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격려를 해줬습니다. 권사님들 중에는 저를 위해 철야기도까지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예약한 입원 날짜가 다가와 병원을 찾았고, 며칠에 걸쳐 각종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나흘 째 되던 날 최종 검사결과를 알리러 온 의사는 예상 밖의 말을 했습니다. “암이 아닙니다. 알 수 없는 균이 폐에 침입해서 나타난 증상이었습니다. 다행히 그 균도 생명을 위협하는 균은 아닙니다. 3∼4개월간 약물치료하면 될 것 같습니다.”
퇴원 후 성도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의 일에 대한 간증을 했습니다. 그때 한 은퇴 장로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크리스천으로서 죽을 준비가 안 되신 것 같네요. 하나님이 부르시면 따라가면 되는 건데. 그런 믿음도 없으세요?” 참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아직 제 믿음이 부족한 것 같네요”라고 답하곤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 후 저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제가 왜 그렇게 살고 싶었는지, 왜 저를 살려주셨는지를 물었습니다.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제 자신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하루를 사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교만했던 것을 깨닫고 반성케 하시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저는 하루를 1000년같이 여기며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언제 데려가셔도 후회 없도록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오늘의 삶을 후회 없이 살고 계신가요.
이상진 목사 <태백 황지중앙교회>
약력=△장로회신학대 신대원△예장통합 총회 농어촌선교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장
[나의 목회 이야기] 목사님은 그런 믿음도 없어요?
입력 2016-12-12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