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올 겨울에도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해소하고, 핀테크(Fintech·Finance+Technology) 기술 확산에 따른 은행 영업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퇴직금 부담을 감수하면서 선제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는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과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근속 10년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경우 최대 27개월, 일반직원은 최대 36개월치 평균 통상임금을 받을 수 있다. 희망퇴직자 규모에 따라서 지난 9월 기준 2만540명이었던 국민은행 직원이 2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도 내년 초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초 임금피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18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희망퇴직을 한창 진행 중인 곳도 있다. SC제일은행은 리테일금융총괄부와 커머셜기업금융총괄본부 소속 직원 가운데 근속연수가 만 10년 이상이며 만 49세 이상 팀장급, 만 50세 이상 부장급을 대상으로 7일까지 희망퇴직 지원자를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200여명 수준이다. 사측은 현재 신청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SC제일은행 희망퇴직자는 최대 50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고 회사를 떠난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는 지난달 NH농협은행 411명, 농협생명 8명 등 425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400여명의 직원을 명예퇴직으로 감원한 바 있다. 광주은행도 지난달 28일까지 98명의 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지난해 희망퇴직 등으로 은행을 떠난 사람은 4000여명이다. 올해도 수천명이 은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2∼2013년에는 600∼800명 수준이었으나 2014년부터 규모가 커졌다. 매년 수천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나는 이유는 인력 구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중간책임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이기 때문에 인사 적체가 심한 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고비용·저효율 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인력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독려하고 있다”며 “거기에 직원들도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전에 특별퇴직금을 받고 떠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와 모바일뱅킹 확산도 은행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드는데 한몫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금융서비스에서 대면거래(창구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로 2012년(13.0%) 이후 계속 하락해 왔다. 반면 인터넷뱅킹은 같은 기간 33.9%에서 42.7%로 성장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은행권 ‘희망퇴직’이라는 칼바람
입력 2016-12-12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