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 대신 국회가 본격적으로 국정 수습에 착수했다. 일단 여야는 12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정부 정책 협의체’를 제안했다. 대통령과 더불어 유이(唯二)하게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성패는 정부와의 성공적인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관계 설정이 최대 관건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와 야권 공조를 바탕으로 정국 수습, 국정안정, 국정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며 국회·정부 정책 협의체를 제안했다. 기존 정부·여당의 ‘당정 협의’를 정부·국회 협의로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추 대표는 또 “당 차원의 경제위기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경제난국 해법 마련을 위해 정부·여당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류인플루엔자(AI),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및 중국의 보복 조치, 국정 역사 교과서, 한·일 위안부 협상을 주요 현안으로 거론했다. 야(野) 3당 요구에 따라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민생·안보 문제를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주도의 국정 운영이 정상화되려면 정부 협조가 필수적이다. 야권도 이를 의식한 듯 황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추 대표는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와 내각도 사실상 정치적 불신임 상태”라며 “황 권한대행 체제가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는지 지켜보겠다. 독주하지 않을 걸로 일단 기대한다”고 말했다.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한 내각 총사퇴 요구를 일단 접고 당분간 공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황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나라 전체가 위기 상황에 빠진 상태다. 황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느냐 문제로 싸울 경우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의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야권이 주도권을 쥔 상황이지만, 원내 1당인 새누리당의 의견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는 기자회견을 열고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서 시작해 총리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 역할을 했다”면서 “자진사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는 좀 더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유화 제스처인 셈이다.
대신 야권은 각 현안에 대한 공세를 취하며 정부의 협상을 요구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나 한·일 위안부 협상,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절차 및 국회 협의를 요구키로 했다. 또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및 국회 국정조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촉구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를 거부할 경우엔 내각 총사퇴 요구 등이 다시 비등할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절반 가까이가 탄핵에 찬성한 만큼 정부도 국회 요구를 거부할 만한 명분이 적은 상황이다.
헌법재판소에는 신속한 심리를 주문했다. 국민의당 김 비대위원장은 “헌재도 촛불민심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2004년 한 차례 경험을 통해 법리는 이미 잘 축적돼 있다. 신속하게 탄핵 심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국회가 국정 주도” 구상… 사드·교과서 등 공세 예고
입력 2016-12-09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