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5시55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1층 민원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정본(正本)을 접수하면서 헌재는 즉시 탄핵심판 체제에 돌입했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출장 중인 강일원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7명은 재판관 회의를 열고 밤늦게까지 향후 심리 절차 등을 논의했다. 재판관 회의와 동시에 법리 검토에도 착수했다.
헌재 재판관 9인 중 3분의 2 이상(6명)이 찬성하면 박 대통령은 파면된다. 탄핵심판을 위한 재판관 최소 정족수는 7명이다. 최장 6개월(180일) 안에 탄핵안을 심리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은 63일 만에 나왔다.
탄핵심판 절차는 헌법재판소법과 형사소송법을 따른다. 헌재가 판사,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법률대리인과 함께 검사 역할을 한다. ‘피고인’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을 변호하게 된다. 탄핵심리는 구두(口頭)변론으로 진행된다. 탄핵소추안에 첨부된 참고자료 외에도 검찰·특검 수사 자료 등이 헌재에 추가 제출될 전망이다.
탄핵 변수는 재판관 퇴임 일정
탄핵심판의 가장 큰 변수는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일정이다. 내년 1월 31일 박 소장이, 3월 13일 이 재판관이 퇴임한다. 박 소장 퇴임 전에 결정이 나오려면 52일 만에 탄핵심리가 끝나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가 방대한 것이 걸림돌이다. 권 위원장은 “탄핵안과 관련된 인물 50여명의 검찰 진술 등에 대해 피소추인(박 대통령) 측이 증거로서 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경우 이 사람들을 일일이 심판정에 불러 심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 기간이 박 소장 퇴임 이후로 접어들면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헌법재판소장의 임명권은 대통령이 가진다. 탄핵심판이 시작돼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권한 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후임 소장을 지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헌재소장이 공석일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12조 4항에 따라 재판관들이 회의를 통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선출한다.
이 재판관의 후임 재판관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이로 인해 이 재판관의 퇴임 이후 재판관 공석 문제는 크게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장 지명자는 국회 청문회만 거치고 별도의 임명동의 투표 없이 임명 가능하다. 다만 청와대와의 협의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형식적이라 해도 임명권자는 여전히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헌재 “심판 신속·공정하게 진행”
헌재 배보윤 공보관은 이날 오후 7시 브리핑을 열고 “재판관 회의에서 탄핵심판 사건은 우리 헌법의 수호·유지를 위해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재판을 신속·공정하게 진행하여야 한다는 데 (재판관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관들이) 탄핵심판 심리에 집중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헌재가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2004년 탄핵심판 전담팀(TF)을 꾸렸던 전례대로 이번 심판에도 재판 연구 역량을 집중할 전담팀을 가동할 예정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7시20분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에게 답변 청구서를 송달했다. 청구서는 청와대비서실 행정관이 대리 수령했다. 박 대통령의 답변서 제출 기한은 7일로, 노 전 대통령 당시(10일)보다 3일 앞당겨졌다. 헌재가 신속히 심리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16일까지 박 대통령에게 답변서를 받은 뒤 변론 기일 일정 등 구체적 진행 절차를 확정하기로 했다.
헌재는 국민적 관심이 크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재판관 회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재판부 재판평의(회의)는 강일원 재판관이 출근하는 12일쯤 열릴 예정이다.
한편 헌재는 변수로 불거진 재판관 임기 문제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배 공보관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그 문제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헌법재판소로서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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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신속히 심판”… 재판관 회의·법리 검토 돌입
입력 2016-12-1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