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칼자루’ 쥔 9人… 성향 아닌 사실관계로 판단할 듯
입력 2016-12-10 00:03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통령의 운명은 9명의 헌법재판관 손으로 넘어갔다. 주심은 자동 전자배당에 따라 강일원(57) 재판관으로 정해졌다. 현재 출장 중인 강 재판관은 12일 귀국해 탄핵 심판을 담당하게 된다.
주심은 해당 사건을 평의(評議·헌재 재판관 전원이 모여 하는 회의)에 상정하고, 가장 먼저 의견을 내면서 평의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평의를 거쳐 평결(評決)이 내려지면 주심 재판관은 다수 의견을 기초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한다.
강 재판관은 재판 업무와 정무 능력, 국제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판사 출신으로 2014년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지난해부터 비유럽 국가 출신으로는 처음 집행위원 임기를 시작했다. 지금의 출장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헌법재판관 중 유일하게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2년 9월 20일 여야가 합의로 강 재판관을 추천할 때도 장점으로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각종 사안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법조계에선 대다수 헌법재판관이 보수 성향을 가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한철(63) 헌재소장을 비롯해 박 대통령이 임명한 조용호(61) 서기석(63) 재판관, 새누리당 추천으로 임명된 안창호(59) 재판관도 임명 주체로만 구분하면 친정권·친여당 성향에 가깝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양승태 대법원장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이진성(60) 김창종(59) 재판관도 마찬가지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재판관 중 유일하게 해산 반대 의견을 낸 야당 추천 김이수(63·9기) 재판관과 유일한 여성 재판관인 이정미(54·16기) 재판관을 제외하곤 이처럼 보수색이 짙다는 게 중론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겠다고 한 이유도 재판관들의 이러한 보수 성향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재판관들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일반 헌법소원 사건과 달리 탄핵 심판은 사실상 형사사건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재판관 성향이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에 의한 사실관계 확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재판관이 주심이 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더 무게가 쏠렸다. 헌재 내에서 의견 조율 역할뿐 아니라 균형추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