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폐족(廢族)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비주류 의원들은 탄핵 기세를 몰아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은 ‘친박 5적’ ‘10적’ 등 청산 대상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9일 결사항전 의사를 내비쳤다. 주류 친박계는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당을 떠나라”고 요구하며 버티겠다는 전략이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오히려 탄핵을 주도한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멤버들을 ‘역적’ ‘배신자’로 몰아붙일 태세다. 박대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페이스북에서 “슬프다. 탄핵을 막지 못했다”며 “의혹이 대한민국을 삼켰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자신들이 끝까지 당권을 유지할 경우 비주류가 억지로 당권을 빼앗을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후 친박 성향 인사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원진 최고위원은 “비대위원장은 당에서 주류, 비주류를 다 통틀어 논의해 좋은 사람이 있으면 빨리 선임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주류 친박계는 표결에 앞서 ‘탄핵 반대 친박 리스트’까지 작성하며 표 단속에 집중했다. 최경환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은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 없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박 대통령, 그가 누구냐. 당과 보수정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그곳이 길바닥이든 기름때 낀 바위틈이든, 손목이 으스러지든, 얼굴에 칼이 들어오든 결단코 주저함 없이 우리들의 맨 앞줄에 서서 오늘까지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살아온 지도자”라고도 했다. 최 의원이 현역의원 중 유일하게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데 대해 최 의원 측은 “투표 결과가 가(可)든 부(否)든 극심한 국정혼란을 초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표결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고, 대통령이 법률 위반 부분에 대한 자신의 반론과 변론을 제대로 할 기회도 없었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그건 너무 나가는 것”이라며 “역대 정권의 모금 액수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게 된다”고 발언해 성난 민심의 표적이 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최경환 “朴 대통령, 단돈 1원도 안 챙겼다” 끝까지 옹호
입력 2016-12-10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