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지난 7월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인도 등에 산재해있는 7개 건축물을 묶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스위스 태생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작품들이다. 최초의 아파트를 만든 그는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린다. 현대건축가의 건축물이, 그것도 콘크리트 건축물이 이런 영광을 안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전: 4평의 기적’이다. 그는 돌과 벽돌로 쌓아올리는 조적식 기법에서 벗어나 최초로 철근 콘크리트 기법을 만들어 건축의 혁명을 일궜다. 옥상정원 수평창 등이 특징인 프랑스 사보아 주택, 롱샹 성당, 유니테 다비타시옹, 일본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등 그의 대표작을 직접 나무 모형으로 만날 수 있다. 모형을 통해 새삼 감탄하는 것은 옥상이다.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다.
2차 대전 후 폐허로 변한 도시를 재건하며 적은 공간에 가장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창안한 공동주택 유니테 다비타시옹도 그렇다. 옥상에는 유치원 놀이터 정원이 있다. 벽면에는 빨강 파랑의 경쾌한 색상이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칠해져있다. 서민은 그림을 소장하기 힘드니 벽면의 디자인 자체가 미감의 만족을 줘야한다는 철학에서다. 부엌의 서랍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 ‘건축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런 실용적이면서 인문주의적인 건축관이 엿보인다.
건축전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건축 모형보다 회화 작품이 더 많다. 그는 화가이자 건축가다. 스위스 라 쇼드퐁 태생인 그는 지역에 있는 장식미술학교에 입학했다. 시계장식미술을 가르치는 이곳에서 화가를 꿈꿨지만 건축가적 재능을 알아본 스승은 건축가의 길로 인도했다.
건축가로서의 끼를 발견했다는 그림 ‘숲의 도식화 연구’, 유럽 여행 때 그리스 신전 등을 보며 그린 그림, 뮤즈였던 아내나 어머니를 그린 그림, 피카소의 영향을 받은 입체파적 그림 등이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있다. 아내와 함께 말년을 보낸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의 4평 통나무집이 그대로 재현됐다. 좁은 복도를 통해 들어가면 코딱지 만한 방이 나온다. 소파 구실을 하는 침대 아래에는 서랍이 있다. 머리맡에 아주 작은 선반이 있고, 건너편엔 다목적 테이블 있다. 다목적 서랍과 선반의 아이디어가 빛나는데, 4평이야말로 인간에게 충분한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더 크고 더 많은 것에 대한 인간 욕망에 서늘한 경고를 주는 성찰의 방이다.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르 코르뷔지에 재단과 기획해 드로잉 회화 모형 등 500여점을 선보인다. 내년 3월 26일까지.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손영옥 선임기자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4평 오두막 풍경은…
입력 2016-12-12 00:00